北 주민들 경제난에 힘겹게 명절맞이… “어려워도 가족과 함께”

주머니 사정 어렵워지자 차례상 간소화하고 음식 분담해 준비…경제난에 北 제례 문화도 변화

북한 추석 성묘
북한 평양시 해외동포애국자묘에서 북한 주민들이 추석 성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가 찾아왔지만, 경제난에 처한 북한 주민들은 명절 음식 장만이나 제사상 차림에 어려움을 겪는 등 힘겹게 추석맞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생활난에 쪼들려서인지 요즘에는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먹고살기 어려워 음식을 장만하기가 어렵다 보니 각자 경제 사정에 맞춰 차례를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형제들 없이 홀로 차례를 지내는 경우에는 생활 수준에 맞게 사과 한 알 정도만 올리는 식으로 간소하게 상차림을 하고 형제가 여럿인 집들은 고기, 과일, 떡 등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서로 분담해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전에는 형제들마다 상차림에 필요한 음식을 전부 준비해 오고 그중에 가장 좋은 것들을 골라 상에 올렸으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지금은 각자 어떤 음식을 준비할지 미리 정해 분담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3년간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주민들의 제례 문화에도 변화가 생긴 모습이다.

다만 올해 추석에는 가족 친척이 다 같이 모여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 나누며 함께 명절을 보내려는 주민들이 많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올해는 마스크 착용 해제, 해외 파견 자국민 입국 허용 등 북한의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된 뒤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이라 주민들은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민속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이나 가까운 친인척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안부를 전하고 음식을 함께 즐기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 추석은 최대 명절로 꼽혀 당일과 전후까지 3일 연속으로 휴식하지만, 북한은 추석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연휴 없이 당일만 쉬도록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67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며 추석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가 1988년에 다시 명절로 지정한 바 있다.

북한에서는 추석 등 민속 명절보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각각 4월 15일, 2월 16일), 정권수립일(9월 9일), 당 창건일(10월 10일) 등 정치적 기념일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