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방러 유감: 北, 과연 유엔 회원국 자격 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연회 등 일정을 진행한 뒤 다음 방문지를 향해 떠났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잘못된 만남, 위험한 거래”,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 “자충수” 등 자극적 제목으로 연일 국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김정은의 5박6일간에 걸친 러시아 방문 일정이 끝났다.

지난 한 주 동안 두 독재자들의 악마적 제휴, 군사적 밀착 행보를 보며 줄곧 느낀 소회는 “국제법을 저렇게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는데, 유엔은 무엇을 하고 있나? 북한의 회원국 자격이라도 박탈해야 되는 게 아닌가?”이다.

국제사회는 핵비확산체제와 유엔제재를 무력화하는 이 같은 비법적(非法的)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마치 종기를 뿌리부터 제거하듯이 잘못된 행위를 단죄해 나가야 한다. 이 글은 그 대안의 하나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유엔에서 제명하는 문제를 본격 논의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김정은 방러

김정은-푸틴 간 회담은 ‘위험한 거래’의 전형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해 재래식 탄약 등 군수품 조달이 절실한 푸틴과 30년에 걸친 불법적인 핵전력 개발 마무리를 위한 첨단과학기술, 식량·에너지 등 경제적 실리가 필요한 김정은 간 상호 이해일치 성격이 강했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평화적 과학기술 협력’이라는 탈을 썼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각(角)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실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제법을 대놓고 위반하는 불량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제재가 강화되어 마이너스, 자충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 국제사회는 치밀한 감시와 제재로 ‘더러운 딜’(dirty deal)을 제어해 나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5일 한·미가 서울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하고 “러·북 간 군사협력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는 분명한 대가가 따르도록 할 것이다”고 천명한 것은 의의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도 제78차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다른 국제 제재를 위반하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이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결속해야 한다”(9.17 AP통신 인터뷰)고 강조하였으며, 현지시간 20일로 예정된 기조연설에도 이 같은 경고 메시지를 담고 활발한 정상외교를 전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퇴출 캠페인 전개해야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김정은과 푸틴이 이런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심장을 정조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박탈≫ 문제를 공론화하는 정공법은 제재결의안 강화를 넘어서는 큰 파급효과를 거양할 수 있는 방안이다.

북한의 자격 박탈을 논의해야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3가지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큰 피해를 입고 있는 ①유엔 안보리결의안 상시 위반 ②사이버공간 교란 책동 증대, 그리고 북한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③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권고안 무시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유엔은 북한이 2006년 최초로 핵실험을 시행한 이후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1718호를 시작으로 6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총 11차례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활동을 금지시키며 ▲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제재를 확대해 나가면서 북한을 옥죄였다.

그렇지만 북한은 보란듯이 주민들의 희생을 볼모로 국제사회를 농락해 오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미중 패권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엔 상임이사국(P5) 중국, 러시아마저도 북한 도발을 눈감아 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국면은 핵비확산체제와 유엔의 권능을 크게 실추시키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사이버공간은 육, 해, 공, 우주에 이은 제5의 새로운 영역이다. 북한은 이 공간에서 해킹,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적 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이버 도둑질이 세계질서 훼손을 물론이고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월스트리저널지는 “북한이 지난 5년간 약 30억 달러(3조 9천억 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고 보도(6.11)한 바 있다. 한편 지난 9월 12일 김규현 국정원장은 “사이버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자를 추적해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정보기관 및 보안기관의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 같은 북한의 사이버교란 책동을 예방하는 일은 “일부 국가 또는 단기간 내 해결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한 감시체계를 보다 유기적으로 구축하고 개인이나 조직을 넘어 김정은에게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셋째, 올해는 유엔이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조사위원회(COI)를 출범시킨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COI는 2014년 2월 1년간의 활동 결과를 담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하고 “북한이 사상 및 표현의 자유, 이동 및 거주의 자유, 식량권 등을 포함한 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하고 있으며, 반인도범죄를 범했다”고 결론짓고 19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치적 대립과 음모의 결과”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인권조사관 방북, 현장사무소 설치와 조사 등을 거부하고 강제실종방지 협약 가입 등 권고안 대부분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단지 구체화된 일부는 외부 지원을 노린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 유리 가가린 전투기 생산공장을 참관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맺음말

유엔헌장 제2장 5조는 “유엔 안보리가 부과한 예방 및 강제 조치를 위반할 경우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유엔 총회가 회원국의 권한과 특권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외교부는 북한의 유엔회원국 자격 박탈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윤병세 장관은 제7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규명을 촉구하면서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게 유엔 회원국 자격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세부내용은 2016.9.23 데일리NK ‘윤병세 “北은 상습 범법자…유엔 회원국 자격 재고해야” 참조).

이듬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의 선의에 기댄 ‘대화와 교류협력 지상주의’로 대북정책을 전환함에 따라 유야무야(有耶無耶) 되었지만, 작금의 김정은 행보로 볼 때 다시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보리 상임이사국 거부권 등 유엔의 정책결정구조 특성상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유엔 회원국 지위 박탈, 김정은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을 공론화하는 것은 그 성공 여부를 떠나 북한의 반평화·반인권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김정은과 중·러를 강하게 옥죄이는 효과를 발휘할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북한의 불법적인 행태를 묵인, 방조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대해서도 세계각국의 정부, 국제기구, NGO와 협조하여 여론전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 수행 촉구는 물론이고 상임이사국 수 확대, 만장일치제(비토권) 개선 등 구조적 쇄신책도 함께 다루어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향후 윤석열 정부는 ▲자주 국방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한미 간 핵협의체를 풀가동,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워싱턴 선언≫을 빠른시일 내 내실화하여 김정은의 오판을 예방하고 ▲국제사회와 유기적으로 협조, 북한과 중·러를 경제외교적으로 압박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 전개해 나가야 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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