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4일 “지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치중한 나머지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했다”며 “앞으로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민간 및 국제사회와 끈끈히 연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 안목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49일을 맞은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옛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된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보여주기식 남북관계에 치중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소홀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인권 문제는 보편적 가치로 북한 주민도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라며 “앞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현재 통일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 로드맵’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가칭 국립북한인권센터를 설립해 민간과 함께 북한인권 콘텐츠의 허브를 마련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북한 인권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주체가 참여하고 실천하는 확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민간 및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과 소통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장관은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북러 간 군사협력 및 무기거래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양국 간 불법적인 무기거래나 기술 협력을 규탄하고 긴밀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이를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후 동향과 최근 수차례 이어진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 이번 방러 수행단의 면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양측이 모종의 군사적 거래를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간 군사협력이 고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것은 명백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장관은 “핵개발을 하면서 동시에 주민 생활을 개선하겠다는 북한의 기만적인 인식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가상자산을 탈취해 모은 자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탕진하고 올해만 해도 세 차례나 열병식을 진행한 것도 군사적 과시로 기만적 행위를 덮으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핵 문제가 악화될수록 한·미·일의 공조는 공고해질 수 밖에 없다”며 “북한은 우매한 행동을 멈추고 ‘담대한 구상’에 호응하는 올바른 길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김 장관은 북한과의 보여주기식 대화나 교류 협력은 지양하겠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실제 그는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에 열린 입장이지만 단기적 성과나 보여주기식 남북관계는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른 교류 원칙을 적립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북핵 억제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한미 핵협의 그룹(NCG) 출범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 따른 협력 체계 구축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북한이 이 시점에서 분명하게 이해해야 하는 것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는 도쿄나 워싱턴으로 절대 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제의한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