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북핵 대응 : ‘자체 핵무장’ 카드도 배제해선 안 된다

김정은 군수공장 료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면서 군수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은 김정은의 군사 부문 활동을 보도하면서 ‘남조선 괴뢰들을 쓸어 버리자’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 앞 촬영 사진과 ‘전쟁 발발시 남반부 전 영토 점령’ 지시 사실을 연이어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북한 핵프로그램이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한반도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핵위협이 이제 개발을 넘어 실전배치, 선제공격위협 단계로 진입했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3가지 방법론을 생각해 볼수 있다. 첫째 대화와 당근으로 비핵화를 유도하는 전통적인 협상론(플랜A), 둘째 미국의 강화된 확장억제력을 통해 북핵을 무력화시키는 핵우산론(플랜B), 셋째 대한민국이 자체로 핵을 보유하여 핵균형을 이루는 자강론(플랜C) 이다.

플랜A가 평화적 방안이기 때문에 좋지만, 상대의 의중과 셈법, 즉 시간 끌기와 합의 뒤집기에 속수무책이라는 단점이 있다. 플랜B는 김정은의 핵협상 거부와 한미동맹 구조하에서 차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비 등 효율성을 고려해보면 나름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안보를 다른 나라에 맡기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플랜C는 근원적 해결책이지만 1970년 발효된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라는 큰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북핵 대응 주요 경과

3가지 방안은 전통적인 핵비확산체제,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각각 장·단점이 있다.

①플랜A는 1990년대 초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 지난 문재인 정부까지 30여 년간 일관되게 추구한 방법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지난해 9월 핵선제공격 커밍아웃(coming out) 선언과 그 이후 다양한 신형 전략·전술핵무기 도발로 인해 우리는 그 한계를 분명히 목도해 왔다.

②플랜B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채택한 정책이다. 전임 정부 대북정책을 대화지상주의를 넘어 북핵위협 방임, 굴종주의로 비판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우리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 이행함으로써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든다”는 ≪담대한 구상≫을 기조로 ≪원칙 있는 남북관계와 미국 핵우산 강화》를 핵심축으로 하고 있다.

그 구체적 가시물이 ▲취임 10일 만에 서울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천명하여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며 ▲지난 4월 말에는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열어 ‘핵에는 핵으로 대응, 핵협의그룹 창설, 확장억제력 수시 전개’ 등을 문서화(이른바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했으며 ▲8월 18일에는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보다 전방위적인 3각 협력 체제를 만들었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은 북핵 대응을 넘어 한국 외교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대전환점(turning point)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일 3국 정상이 서명한 캠프데이비드 정신·원칙·공약 3가지 문서는 전세계적 핵심 이슈에 대해 공통의 가치관에 따라 한목소리로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결의이며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통일을 공식 지지한 역사적 문서, 21세기 대한민국 외교지평을 새롭게 연 쾌거이다”(전직 외교관 238명 성명서/2023.8.27. 중앙일보)

발전 방향

윤석열 정부는 출범 1년 3개월여만에 지난 시기의 비정상적인 북핵대응 체계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글로벌 충추국가로 발돋움해 나가고 있다. 혹자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열린 8월 18일 전후로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맞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안도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핵 사용 의지를 근원적으로 봉쇄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한 대한반도 정책 변화 등 돌출변수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플랜A·B는 당연히 계속 추진해 나가면서도 그 어떤 상황 변화에도 안보와 국익이 침해받지 않는 정책을 강구, 보완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제는 우리도 그간 논의를 꺼려온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실용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때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전군지휘훈련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훈련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데 총적 목표를 둔 훈련”이라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③플랜C, 즉 핵자강론은 그간 NPT체제, 미국 핵우산 제공, 과잉 대응 불필요 논리 등으로 인해 이상론이나 일부 강경론자의 주장으로 치부되어 온 게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가 단연코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 자체 핵무장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공격 능력을 강화하며 선제 사용을 더욱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국면에서 ▲김정은에게 보내는 강력한 시그널 ▲미국 대선 이후 대한정책 급변 가능성 ▲대한민국의 더 커질 국력과 더 높아질 국격(G7을 넘어 G3로)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핵보유 찬성 국민 여론 ▲비상사태로 국가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자위적 차원에서의 핵보유를 허용한 NPT 제10조 1항 규정 ▲핵균형이 지금까지 확인된 최선의 핵방위책이라는 점 ▲배수진을 치는 수가 협상에서 상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즉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나 협상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및 미래에 추수할 효과는 상당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굳이 나쁘게만 생각하여 버릴 필요가 없다.

맺음말

필자는 최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3가지 장면을 주시한다. 먼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전직 외교관 238명의 지지성명(2023.8.27.) 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외교지평을 새롭게 연 쾌거》를 골자로 하는 이 성명은 ‘이제 우리 자유 대한민국이 바른 대북정책, 글로벌 충추국가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더해 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김성한 전(前) 국가안보실장이 최종현학술원 주최 세미나에서 한 기조연설(2023.7.26.)이다. “앞으로 1년 반이 확장억제 골든타임이다. 작전계획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강조는 한미 핵협의 실행 지침 조기 마련,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 이전까지 불가역적 조치를 가시화해야 한다는 타임라인을 리마인드해 준다.

세 번째는 오세훈 서울 시장이 페이스북 글(2023.8.11.)을 통해 “안보는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없는 숙제다. 우리나라도 자체 핵무장을 진화·발전시킬 때다”라는 소신을 밝힌 점이다. 자강(自强)·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데다가 ‘국제사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금과옥조를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곱씹어 봐야 할 발언인 듯하다.

결론을 맺겠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북핵 대응체계 재구축과 글로벌 충추국가 전략전술의 성적은 A학점이다. 그렇지만 주마가편(走馬加鞭)이 필요할 때이다. 한발 앞서 나가야만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쥘 수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관련 부처는 신발 끈을 다시금 졸라매고 ▲북핵 대응체계를 보다 실질적으로 공고화해 나가면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상업용 핵활동 자주권 확대 ▲특히 트럼피즘 재등장 등 미국의 한반도 정책 급변에 대비한 ‘단서 규정’(자체 핵보유를 허용하는 경우 수)을 명기하는 지혜를 발휘해 나가야 한다. 단, 미국과의 논의는 모든 시나리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되, 공개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막후 논의와 윈-윈(win-win) 정신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