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정상화만 기다리던 무역회사 사장, 끝내 극단적 선택

코로나 전 잘나가다 코로나 국경 봉쇄되면서 돈주들에 빚 못 갚고 생활고까지 겹쳐

양강도 혜산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한 무역회사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지난 18일 혜산시에서 OO무역회사 사장이 약을 먹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코로나 기간에 진 빚 때문에 압박감에 시달리다 생활난까지 겹치자 결국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사망한 무역회사 사장 40대 남성 김모 씨는 코로나19 전 광석을 사들여 중국에 팔아넘기며 돈벌이해온 인물로, 광석 수출이라고 하면 주민들도 김 씨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이름이 자자했고 돈도 잘 벌어 모두의 부러움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김 씨는 신용이 좋아 돈주들에게서 돈도 잘 빌렸는데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고 무역이 막히면서 사 놓은 광석을 중국에 넘기지 못하게 돼 지금껏 빌린 돈을 물어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빌려준 돈주들은 그에 대한 높은 신뢰감과 코로나 국경봉쇄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크게 빚 독촉을 하지는 않았지만, 김 씨 스스로가 빚을 졌다는 죄책감에 억눌렸고 지난 3월부터는 담배 한 갑 살 돈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생활고까지 겪게 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그는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여태껏 입에도 대지 않던 술까지 마시기 시작했는데 매일 술만 마시면 ‘이놈의 세관이 사람 숨통을 막는다’, ‘차라리 콱 죽는 게 편하겠다’는 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

그러다 김 씨는 지난 18일 여느 때처럼 술을 마시고 아내와 다투고는 홧김에 200알이 들어있는 이소(결핵에 걸렸을 때 먹는 약) 한 통을 한꺼번에 먹어 끝내 사망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세관이 열린다는 소문이 계속 돌았는데 열리지 않아 무역업자들이 애간장을 태웠다”면서 “그런 과정을 겪으며 하루빨리 무역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무역업자들의 심리적 고통은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사망한 김 씨도 예전처럼 무역을 할 수 있게 되기만을 기다리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고 최근에는 생활난까지 겹치면서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됐다”며 “김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대책 없이 통제만 하는 국가의 정책에 아까운 사람이 또 한 명 떠났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