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원·위안 환율,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왜?

국경 지역서 무역 기대감 좌절이 주원인으로 보여…소식통 "찾는 사람이 없으니 떨어진 것"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전경. /사진=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 제공

최근 3개월간 상승곡선을 그리던 북한 원·위안 환율이 최근 대폭 하락했다. 무역 전면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평안북도, 양강도 등 국경 지역에서 위안화 수요가 크게 하락한 것이 주원인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내부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경 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30원으로 조사됐다. 앞서 11일 조사 당시 13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8.9%가 하락했다.

또 다른 국경 지역인 양강도 혜산에서도 북한 원·위안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혜산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50원으로, 지난 11일 1330원보다 6%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 평양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혜산과 비슷한 하락폭을 보였다.

북한 각 지역에서 북한 원·위안 환율이 6~8%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인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 원·위안 환율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직전인 2020년 1월 중순 1200~1250원이었지만, 같은 해 11월 1위안에 북한 돈 1000원 이하로 떨어져 2021년 6월에는 500원까지 내려간 바 있다.

코로나 국경봉쇄 기간 북한 원·위안 환율이 폭락한 것은 봉쇄 해제, 무역 재개에 대한 내부의 기대감 하락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 시장의 원·위안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북중 무역량이 크게 확대된 지난해 12월 1위안에 1100원대로 회복됐다. 또 올해 3월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1200원대까지 상승했으며 최근까지 강보합세를 보였다.

북중 무역 확대로 상승세를 보였던 북한 원·위안 환율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양강도와 함경북도 등 국경 지역에서 무역 전면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좌절되면서 위안 수요가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무역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봄부터 비(위안)를 사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열린다고 했다가 열리지 않고 있으니 지금은 비를 사는 사람이 없다”며 “찾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평안북도 소식통도 “무역회사들 모아 놓고 곧 열릴 것처럼 무역 수칙에 대해 교육하고 강연회까지 열더니 무역이 안 열려 답답할 뿐”이라며 “무역회사들도 이제는 기대를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 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최근까지도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 환율은 8330원으로 지난 11일 환율(8300원)보다 0.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주의 원·달러 가격은 2주 전 조사 때와 차이가 없었다.

다만 혜산의 원·달러 환율은 8470원으로, 직전 조사 당시(8250원)보다 2.7%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혜산에서 활동하는 대형 무역회사들은 코로나 이전에 주로 위안을 결제 통화로 사용했지만, 최근 혜산에서 직접 무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남포나 신의주 등을 통한 국가무역에 참여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무역에서는 주로 달러가 사용되기 때문에 혜산의 대형 무역회사를 중심으로 최근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