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25전쟁 73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6·25미제반대투쟁의 날 군중집회를 진행한 가운데, 집회에 동원된 청년들은 ‘지긋지긋하다’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지난 25일 함흥시에서는 함흥대극장 앞에서 군중집회가 진행됐다”며 “이날 집회에는 시안의 당, 정권기관, 근로단체, 기관 기업소, 학교 등 각 단위가 참가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를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정하고 복수 결의모임, 군중집회, 계급교양관 참관 등을 조직해 북한 주민들의 대남·대미 적개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올해 6월 25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군중집회가 진행됐는데, 이에 대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오늘까지도 우리의 발전권, 생존권을 침탈하려고 새 전쟁도발 책동에 미쳐날뛰는 철천지 원쑤(원수) 미제와 괴뢰 역적패당을 무자비하게 죽탕쳐버리고 원한 서린 6·25의 피값을 백배, 천배로 받아내고야 말 멸적의 의지로 만장약된 군중들로 차고 넘쳤다”고 보도했다.
군중집회에서 주민들의 적개심이 표출됐다는 것인데, 실제 집회에 동원된 주민들은 당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청년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기(북한)는 어떤 모임이든 강제성을 띠고 있어서 원하지 않아도 무조건 참가해야 해 그냥 몸만 서 있을 뿐”이라며 “청년들은 집회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구호를 다 같이 외치는 때를 이용해 ‘언제까지 이런 모임에 끌려다녀야 하는지 참 지긋지긋하다’며 불평하는 말들을 소곤소곤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청년들은 ‘새 전쟁도발 책동에 미쳐 날뛰는 철천지 원쑤’, ‘6·25의 피값을 백배 천배로 받아내자’,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 수 없다’는 등 토씨 하나 달라지지 않는 구호를 이젠 듣기조차 싫어한다”며 “수십 년간 외쳐온 구호들을 또 외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느냐는 게 청년들의 말”이라고 덧붙였다.
외부 영상물을 접하면서 외부 문화에 익숙해지고 심지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동경을 갖는 청년들은 의미 없는 조직 생활은 물론 강제적으로 동원되는 정치적 행사나 모임에 대해서도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생활총화나 모임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청년들을 모아놓고 마음에도 없는 비난 구호를 외치게 하니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북한은 특히 올해 70주년이 되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분위기를 한껏 띄우며 주민들의 대남, 대미 적개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론전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먹고살기도 힘든 처지에 남조선(남한)과 미제에 대한 복수만 외쳐댄다고 비난하면서 백성들을 어떻게 하면 굶기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킬지에 관심을 쏟는 흉내라도 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