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대표부 정치일꾼 2명이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체포돼 군(軍) 보위부에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데일리NK 개성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5일 판문점 대표부 정치일꾼 2명이 1급 기밀 누설 혐의로 현지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두 사람 중 1명의 집에서 심부름하며 온갖 시중을 들던 한 하전사가 총정치국에 신소 편지를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하전사는 총정치국 간부의 친척이라는 것으로 판문점 대표부에서 특별히 뒤를 봐줘 정치일꾼들의 집을 들락거리면서 뒷일을 봐주는 식으로 편하게 군 복무를 하고 있었는데, 모내기 기간을 이용해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요구를 정치일꾼이 들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신소했다.
정치일꾼은 모내기 총동원 기간이라 인솔할 군관이 없어 요구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으며, ‘모두가 모내기에 총동원되었는데 한가하게 휴가를 다녀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하전사를 강하게 꾸짖기도 했다.
하전사는 친척인 총정치국 간부를 믿고 배짱을 부려오던 터라 홧김에 정치일꾼이 남한을 동경하고 북한을 멸시하는 이야기들을 다른 한 정치일꾼과 함께 노골적으로 했다며 그 내용을 낱낱이 편지에 담아 올렸다.
이 편지를 받은 총정치국은 곧바로 군 보위부와 함께 현지에 내려가 언급된 두 정치일꾼의 자택을 수색했다.
그 결과 이들의 집에서는 국가기밀 문건 복사본이 뭉텅이로 나왔고 심지어 북한을 비판하는 외국 신문 복사본과 남한 뉴스, 노래 경연 프로그램, 탈북민 출연 프로그램 등 영상물이 담긴 휴대용 저장장치들도 상당량 발견됐다.
총정치국은 ‘두 정치일꾼이 만나기만 하면 북한을 비난하는 말들을 서슴없이 했다’는 하전사의 신소 내용에 미뤄볼 때 이들은 탈북이나 집단 사상 변질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인물이라고 보고 즉시 현장에서 체포했다.
소식통은 “이들은 현재 군 보위부에서 예심을 받고 있는데, 예심이 끝나면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총정치국은 판문점 대표부의 병영과 군관 사택 검열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하거나 신고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용서하겠다’고 선포해 판문점 대표부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판문점 대표부 군관들은 판문점에 오면 남조선이나 외부 세계를 알 수밖에 없어 사상적으로 변질되기 쉬운데 두 사람은 이것을 숨기지 못하고 하전사 앞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나타냈다면서 우리는 철저히 숨기자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체포된 두 정치일꾼 자리에는 총정치국에서 복무하던 정치지휘관 2명이 새로 임명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