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평안남도 북창군에서 올감자 도둑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난에 처한 주민들이 아직 채 여물지도 않은 올감자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이달 들어 북창군을 비롯한 일부 군들에서 올감자 도둑이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달 초부터 매일 같이 감자밭에 달려들어 여물지 않은 감자를 마구 캐어가고 있어 감자밭 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보릿고개’는 여느 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에서는 3월 말 즈음에 올감자를 심어 6월 중하순경 하지(夏至)를 지나 수확하는데, 식량난으로 허덕이는 주민들이 아직 여물지도 않은 감자를 모조리 캐가고 있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 어려운 형편에서도 식량에 보태려 올감자를 심은 북창군의 한 주민은 “올감자가 여물기도 전에 도둑들이 절반을 넘는 양을 캐갔다”며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올감자를 수확할 날만을 기다려왔는데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당장 식량을 해결할 방법이라곤 밭에서 여물어 가고 있는 올감자를 도둑질하는 것뿐이니 극한에 내몰린 주민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의 집 텃밭에 심어진 올감자를 죄다 캐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시퍼런 대낮에 무리 지어 와서 대놓고 올감자를 캐가는 경우들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밭 주인들이 경비를 서거나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도 없고 그렇다고 맞서 싸우자니 무리 매를 맞을까 봐 눈을 뜨고 도둑맞는 일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끼니 해결을 위해 죽기 살기로 여물지도 않은 올감자를 캐가는 주민들을 막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혹독한 식량난이 지속되면서 감자 도둑질 같은 여러 가지 형태의 생계형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 결국 가난이 주민들을 도둑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도 도둑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여물지도 않은 올감자를 도둑질해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면서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감자를 수확하기도 전에 도둑맞지 않을까부터 걱정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