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수성관리소 수감자 5명 공개처형…집단 소요 일으켰다?

벌 받던 수감자들 '죽여달라' 소리쳐…소식통 "내부 지침에 따라 즉결 처분한 것으로 정리"

북한 수감시설 일러스트레이션. /일러스트=DALL.E(AI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일부가 공개처형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감자들은 집단 소요를 일으켰다는 것으로 별도 절차 없이 현장에서 즉결 처형됐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수성관리소(25호 관리소, 청진 소재)에서 대낮에 수감자 5명이 총살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지난달 중순 수성관리소 내 한 구역의 수감자들이 야외 작업에 나섰는데, 점호 과정에서 2명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돼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이내 그늘진 곳에 쓰러져 있던 2명을 발견했으나, 비상사태를 일으킨 것에 화가 난 보위원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야외 작업 공간 한가운데 물 바구니를 목에 걸고 세워두는 벌을 내렸다. 그러면서 다른 한 수감자에게 이들을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벌을 받던 수감자 1명이 휘청거리면서 물 바구니를 떨어뜨리려 하자 감시하고 있던 수감자가 나서 받쳐주려 했고, 이를 본 보위원은 ‘처벌 대상을 의리나 동정심에 돕는 일은 똑같은 처벌 대상이 된다’면서 감시하고 있던 수감자도 함께 벌을 서도록 했다.

이들은 물 바구니를 걸친 나무 막대기를 양쪽 끝에서 각각 어깨로 받치고 있는 벌을 받았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움직여 물 바구니가 떨어지면 함께 처벌받는 운명공동체가 된 것이다.

그렇게 3명이 벌을 받던 중 혼자 물 바구니를 메고 서 있던 1명이 졸도해 쓰러졌다. 보위원은 쓰러진 수감자를 그 자리에 그대로 내버려 둔 채 그의 관리수용자(수감자들을 감시할 권한을 부여받은 수감자)와 점호를 맡은 수감자를 불러내 함께 또 벌을 세웠다.

수감자에 의한 수감자 감시 차원에서 지정한 ‘관리수용자’에게도 연대책임을 지운 것으로, 이는 관리수용자들이 다른 수감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그렇게 2명씩 짝을 지어 벌을 서던 4명은 한참이 지난 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주저앉았고, 보위원은 곧 ‘일어나라’며 윽박질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수감자가 ‘차라리 죽여달라’고 외쳤고, 나머지 3명도 그를 따라 ‘죽여달라’고 소리쳤다. 초소에서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하전사들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곧바로 기관총을 들고 현장으로 내려왔다.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은 보위원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 먼저 말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이들이 한 행동은 심각한 반항으로 여겨졌다. 이에 보위원은 그 자리에서 처형을 명령했고, 함께 벌을 받던 4명과 쓰러진 1명 등 총 5명은 야외 작업 공간에 나와 있던 수감자들이 다 보는 앞에서 즉각 처형됐다.

소식통은 “이 일은 지난달 말 중앙 국가보위성에 집단 소요 사태가 발생해 규정대로 처리한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후 이달 초 중앙 국가보위성 간부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직접 내려갔고, 수감자 여러 명이 보위원 1명에게 달려들어 내적 지침에 따라 즉결 처분한 사건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북한에는 국가보위성이 관리하는 정치범수용소와 사회안전성이 관리하는 정치범수용소가 따로 있는데, 사건이 발생한 수성교화소는 국가보위성이 관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이 일은 중앙당에 보고되지는 않았다”며 “사건의 당사자인 보위원은 같은 수성관리소 내 다른 담당구역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처벌 차원으로 조동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