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동원된 北 학생들 집단 복통 호소…원인은 오염된 물

수인성 질병으로 파악됐지만 고통 호소한 학생들 의약품 부족에 제대로 치료 못 받아

학생 동원
증산군 발산농장의 모내기를 도와주는 평양출판인쇄대학 학생들. /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모내기에 동원됐던 학생들이 집단으로 복통을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문덕, 숙천지역 농촌 모내기에 동원된 학생 상당수가 병에 걸려 고통을 받았다”며 “대부분이 복통과 메스꺼움을 동반한 발열, 설사 등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매년 모내기철이 되면 전 주민을 농촌에 총동원해 ‘모내기전투’를 벌인다. 여기에는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모내기 등 각종 국가사업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을 심각한 인권침해로 지적하고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모내기전투’에 또 교육권 침해한 북한… “11일간 수업 중단”)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을 아동으로 정의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은 제32조에 ‘당사국은 경제적 착취 및 위험하거나, 아동의 교육에 방해되거나, 아동의 건강이나 신체적·지적·정신적·도덕적 또는 사회적 발전에 유해한 어떠한 노동의 수행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도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당사국이지만, 여전히 북한 내에서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 착취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안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모내기에 동원된 학생들이 집단으로 특정 질환을 호소하는 사건이 나타났으며, 이에 대해 소식통은 “오염된 물에 의해 발생한 수인성 질병이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들이 동원됐던 곳은 서해안 지역으로 평남관개수로의 물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56년 완공된 평남관개수로는 평안남도 문덕군, 숙천군, 평원군, 안주시를 비롯한 서해안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는 자재 부족과 전력난 등으로 상하수도 및 정화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정화되지 않은 물이나 폐수 등이 강으로 유입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북한 당국은 보통강오염방지법, 대동강오염방지법 등 각종 법제를 통해 대처하려 하고 있지만, 수질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질병을 앓은 학생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학생들이 설사로 인한 탈수가 심했는데 약품이 부족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그냥 놔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체계가 붕괴한 북한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의약품 부족 상황마저 겪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봉쇄가 북한 내 의약품 부족 상황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