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무원들이 보는 ‘자격판정시험’, 어떻게 진행·평가되나?

소식통 "시험 결과는 곧 당·국가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탈락 시 정치적 비판 피할 수 없어"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공무원들이 보는 ‘공무원자격판정시험’의 출제와 응시, 평가는 어떻게 진행될까.

북한 공무원자격판정법에 따르면 북한은 3년에 한 번씩 공무원의 자격을 평가하고 그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자격판정시험을 진행한다. 응시 대상은 ▲내각 위원회, 성, 중앙기관의 부원 이상 일꾼 ▲도(직할시)급기관의 부원 이상 일꾼 ▲시(구역), 군급기관의 부원 이상 일꾼 ▲해당 기관의 부원 이상 일꾼 등이다.

1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시험 출제와 관련해 “국가자격급수시험(공무원자격판정시험) 6개월 전 비상설기관으로 고위급 학술연구자들이 대거 포함된 사무원(공무원)자격급수판정위원회가 조직된다”며 “문제는 시험 3개월 전까지 중앙당 협의와 비준을 거친 뒤 봉인해 둔다”고 전했다.

시험을 치르는 응시자는 결과에 따라 제자리 급수 판정, 올라가는 급수 판정을 받게 된다.

북한 공무원의 급수는 1~6단계가 있으며 한 번에 여러 단계를 올라갈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자리 급수 판정에서 떨어지면 급수가 한 단계 낮아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5급 급수 공무원은 3년에 한 번 4급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시험에 떨어져 6급으로 강등되면 다음 시험에서 4급에 응시할 수 없고 5급 시험을 봐야 한다. 더 이상 내려갈 급수가 없는 공무원은 6개월 안으로 다시 자격판정을 받을 수 있다.

소식통은 “국가자격급수시험으로 그 사람이 앞으로 간부 사업을 통해 상부 직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며 “시험 결과는 곧 당과 국가에 대한 자기 임무의 충성심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간부 사업에서 먼저 써주지 않으며 시험 탈락이 2번 이상 반복되면 신뢰도가 실추돼 사무원 자격이 충분치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현재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사회적 성공에 중요한 승진과 직결된 중요한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식통은 “시험 탈락은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에 지적된 대로 당의 배려에 정치적 자각과 높은 실무기술로 보답해야 하는 조항과 배제되는 행위로 간주된다”며 “이 때문에 시험에 탈락하면 정치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험은 응시자의 현재 직급이나 이름이 노출되지 않는 ‘블라인드’ 형태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시험은 이름이나 직급으로 접수하지 못하고 필답은 시험지에 판정위원회가 부여한 임의의 응시번호를 써야 한다”며 “구답(면접)시험 시에도 현재 직무를 모르게 번호를 달고 들어가서 친다”고 전했다.

시험 문제는 분야와 직급에 따라 각이한데, 현재 수행 중인 직무와 관련한 당·국가 정책에 더해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한 전공학과 관련 문제도 출제된다고 한다.

시험은 10점 만점에 8.5 이상을 받아야 통과되며, 난이도는 현실적(어렵지 않은)인 편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한편, 북한은 공무원자격판정시험 응시자들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북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3월 “비상방역사단, 연대, 대대들에서는 공무원자격판정시험에 동원되는 시험위원들과 응시자들에 대한 역학관계 확인과 검병을 책임지고 진행해야 한다”며 “검병 과정에 발열 증상을 비롯한 이상 증상이 있는 응시자들은 시험에 참가시키지 않도록 하며 원인해명 및 해당한 방역 대책을 세운 다음 시험 기간 내에 추가시험에 참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밖에 문서에는 “평양시에서 공무원자격판정시험을 위해 지방으로 출장 가는 시험위원들에 대한 역학관계 확인과 검병을 책임지고 진행해야 한다”며 “발열 증상을 비롯한 이상 증상이 있는 대상들이 유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