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 아닌 ‘시간 단축’…농촌동원 北 노인 쓰러지자 긴급 조치

연로보장자에게도 ‘도급제’ 하달...소식통 "25일 오후 옥수수 심다가 사고"

평안북도의 농촌 풍경. 한 북한 일꾼이 농사일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다.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황해북도 사리원시당이 농촌동원에 나온 한 노인이 최근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부랴부랴 동원 시간 단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사리원시는 ‘부지깽이도 뛰어야 할 시기’라면서 연로한 주민들도 부대노력(보충인력)으로 농촌지원에 총동원시켰다”면서 “한 주민이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농촌지원시간을 단축하는 등 대책을 취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경 사리원시는 동 사무소들과 인민반들을 통해 연로보장자 노인들도 무조건 농촌 동원에 나설 것을 지시했고, 이전과는 달리 달성해야 하는 일의 양을 정해 놓는 도급제를 강조했다.

즉 3년 전까지만 해도 농촌 동원 기간 연로한 주민들은 집에 남아서 동네 경비를 서거나 농촌지원 현장들에 따라 나가 아기들을 돌보는 정도의 일을 했지만 최근 사리원시는 노인들에게도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화를 당한 노인은 68세의 할아버지로, 지난달 25일 오후 3시경 다락밭에 옥수수 모를 심다가 쓰러졌다고 한다. 근처에서 있던 방송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는데 심한 탈수와 영양실조를 진단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할아버지는 끼니를 이어갈 식량이 없어 하루 한 끼 밖에 못할 정도였으며 이날도 아침을 먹지 못한 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점심 곽밥(도시락)도 싸오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할머니에게 병원의사가 영양실조로 쓰러졌다고 알리자 “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제 퇴원해서 집에 돌아가도 저녁에는 또 먹을거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울먹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할머니의 사정을 들은 의사들이 모두 점심밥을 한 숟가락씩 모아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식사를 마련해 줬다”면서 “두 사람은 밥 한 그릇의 인심에 눈물바다 되어 울다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소식은 시당에까지 통보돼 ‘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지시했다고 한다. 다만 농촌 동원 면제 내용은 없었다.

소식통은 “사리원시당은 61살 이상의 연로 보장자들은 점심을 안 사고도 오갈 수 있는 거리에서 오전만 일을 시키고 먼 거리는 동사무소에서 차를 대서 출퇴근 시키라는 긴급 지시를 하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