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代 농장원 영양실조로 일도 못 나와…北간부 “모두 힘든 시기”

소식통 "함남 농촌서 식량난 사례 지속 포착돼...'보릿고개 어떻게 넘길까' 한숨만"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코로나 봉쇄 3년 이후에도 국경에 빗장을 걸고 있는 북한의 경제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극심한 생활난으로 영양실조를 호소하는 사례가 지속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신흥군과 영광군의 협동농장들에서 영양실조 문제가 불거졌다. 보릿고개에 접어들며 식량이 없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른바 절량세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신흥군의 한 협동농장에서는 40대 남성이 일도 못 나올 정도로 잘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작업반과 분조에서 밀보리를 조금씩 모아 가져다줬지만,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한 영광군의 상통리에서는 1세대(4명)가 먹지 못해 쓰러져 있는 걸 옆집 주민이 발견하고 신고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옥수수 2kg과 옥수수 국수 3kg를 가지고 리당위원회와 관리위원회 성원들이 찾아와 “모두가 힘든 시기이니 함께 이겨내 보자”고 격려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 농촌에서는 5세대 중 3세대는 식량이 완전히 끊겨 입에 풀칠하지도 못하고 1~2세대는 하루 한 끼도 겨우 때울 정도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다른 대책은 없고 함께 이겨내자고 하니 집집마다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에 긴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의 옥수수 가격이 작년 1분기 대비 약 60%, 쌀 가격은 30% 가까이 올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아사자 발생도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30일 공동 발간한 ‘6~11월 기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낮은 수준의 식품 소비와 열악한 식단 다양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3~4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7~8월 홍수가 잦은 문제 등이) 5~8월 사이 북한의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북한은 올해 2월 이례적으로 단일 안건으로 개최한 농사 관련 전원회의(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현 단계에서 추진할 ‘주되는 농업 발전 목표와 과업(간석지 개간 및 질 높은 농사 추진)’들을 제기한 바 있고, 이후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서는 “우리나라를 ‘쌀이 남아 돌아가는 나라’로 만들자는 것이 목표”라는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중국에서 장립미 혹은 안남미로 불리는 장립종 쌀 등 중국산 쌀을 대량(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연간 수입액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으로 들여왔다.

하지만 식량 공급에 대한 고질적인 차별 정책(고위 간부 및 평양시 중심)과 더불어 양곡판매소로 운영으로 인한 협동농장원들의 분배 몫 축소 등으로 농촌 및 취약계층의 식량난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또한 식량 문제도 이른바 북한식(式) ‘자력갱생’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못 사는 지역에서는 ‘이웃이 굶어도 모른 척’이라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해마다 5월과 6월 보릿고개에 많은 사람이 먹을 것 때문에 고생을 한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사람들이 일을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