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수용소 내 자살 ‘0’?… “집계 않고 병이나 사고로 처리”

제대로 된 예방, 관리 조치는 없고 ‘다시 한번 당과 국가를 배신하는 역적 행위’라 교육

정치범수용소 일러스트. /사진=midjourney

북한이 정치범수용소 수감자의 자살 예방, 관리, 사후 처리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사망원인을 조작하고 정확한 통계조차 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26일 정치범수용소 내 자살 사례에 관한 질문에 “국가보위성 총관리부서에 집계된 자살자 인원수는 0명”이라며 “관리소(정치범수용소) 내 자살자에 관한 중앙통계가 정확히 없어 사례조차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 차원에서 정치범수용소 내에서 발생하는 수감자들의 자살 현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관리소 내 자살은 국가 최고 반역자들이 마음대로 죽어 관리소가 자기 역할을 못 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여겨진다”며 “집계나 통계도 없고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자살자가 어느 관리소든 1명이라도 집계가 된다는 것은 관리소에서 수용자 관리를 소홀했다는 의미”라면서 “국가 최고 반역자들이 마음대로 죽게 놔두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정치범수용소 수감자의 자살을 ‘국가에 가장 큰 죄를 지어 죽는 순간까지 속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피한 죄’, ‘다시 한번 당과 국가를 배신하는 역적 행위’라고 교육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정치범수용소 내 자살 사례를 취급하거나 제대로 된 집계나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치범수용소 내 자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며, 가장 아래 단위에서 사망원인을 병사 등으로 조작해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자살자가 나타나면 상급 단위 보고 전에 징벌방에 하루 동안 두었다가 전염병, 타박, 골절, 영양실조 등 정상적인 수용 생활 과정에서 병이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범수용소 내에서는 자살 예방이나 위험자 관리 등에 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관리소에서 자살자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며 “주간(일과시간)에는 점호로 수감자들을 감시하고 야간에는 관리수용자(보위원들로부터 다른 수감자들에 대한 관리·통제 권한을 부여받은 수감자)들을 통해 감시 보고를 받는 체계는 있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수감자 상호 감시 시스템만 가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정치범수용소 내 자살 예방 교육도 사상 교육 차원의 일환일 뿐 사고 방지를 위한 특별 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자살이란 단어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게 관리소라는 점, 스스로 마음대로 죽는 수용자는 관리소 안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교양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자살 기미가 보이거나 자살기도자들을 발견하면 상급에 보고하기 전에 관리수용자들을 불러 현장 수습을 진행하고 목숨을 무조건 붙여놓도록 하고, 자살자가 한 번씩 나타나면 감시·관리체계 강도를 올려 집단으로 잠을 안 재우거나 연장 작업시키거나 구역을 뛰게 하는 식으로 압력을 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수감된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입소한 지 1년 미만 수용자들은 짐승처럼 살아갈 끔찍한 미래에 차라리 조기에 목숨을 버리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며 “관리수용자나 보위원들에게 구타나 억울한 압력을 당한 수용자들이 참지 못하고 이 길을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