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북한 일가족의 서해 귀순이 주는 의미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대단히 고무적이다.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목선을 타고 북한 일가족이 귀순했다. 지금까지 동해안을 통해 귀순한 적은 있지만, 서해 연평도 부근으로 목선을 타고 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통제와 식량난이 귀순의 이유로 알려진다.

이들은 황해도 강령군에서 출발해 NLL을 넘었다. 연평도와 마주한 황해도 강령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의 중심이었으며, 인근 해안은 1, 2차 연평해전이 발생했던 곳이다. 더욱이 황해도 강령군과 연평도 사이에는 장재도와 무도가 있다. 지난 2013년과 2017년 김정은이 두 번이나 현지지도를 했던 바로 그 섬이다. 연평도에서 불과 10여km 거리에 있는 곳이라 북한으로서도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이 섬을 현지 지도했을 당시의 모습이 담긴 북한 영상을 보면 육안으로도 연평도가 훤히 보일 만큼 가깝다.

남북한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탈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군사적으로 첨예한 대치 지역이기 때문에 군 경비나 감시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더욱 삼엄하다. 실제로 필자가 북한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를 줍기 위해 매달 한 번꼴로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촬영한 사진을 보면 해안포와 경비정이 상시 운항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탈북은 바로 이 지역을 넘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토록 삼엄한 경비를 뚫고 일가족의 목숨을 건 탈북을 해야 할 만큼 절실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도, 북한 당국이 선택한 건 국방력 강화 노선이었다. 북한은 8차 당대회 기간(2021-2025)의 최상위 정책목표로 ‘국방력 강화’를 설정하고, 핵무기의 실전 전략화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었다. 결국 극심한 식량난과 물자 부족으로 인해 북한 주민의 삶은 피폐해졌고,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탈북이었을지도 모른다. 작은 목선에 어린아이까지 태우고 탈북을 감행할 정도의 절박함은 그야말로 살고 싶다는 절박함과 의지였을 것이다.

이번 귀순의 또 다른 의미는 바로 그들이 합심 조사에서 한국방송을 봤다고 진술한 부분이다. 황해도 해주, 사리원은 남한과 인접한 지역으로 남한 방송이 직접 수신 가능한 곳이다. 연평도에서 해주까지는 불과 40km 떨어져 있으며, 강령군은 이보다 더 가깝다. 남한 방송을 직접 수신해서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장치는 노트텔과 MP5로 불리는 소형 디지털 장비다. 북중 국경을 통해 유입된 장비들이 이제 북한의 안쪽지역까지 확산되었다는 점은 탈북민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경제난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부정보를 접하고자 하는 호기심은 막을 수 없다. 영상물에서 보이는 남한 사회의 자유와 경제적 풍요로움은 그들이 지금까지 북한당국으로부터 교육받았던 ‘썩고 병든 자본주의’, ‘거지 노숙자 많은 남조선’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을 거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여정을 감행하도록 이끈 것이 식량난과 한국방송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북한 주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할 입과 그들의 알 권리를 위한 눈과 귀를 동시에 열어줄 묘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법적 제도적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정보라 확신한다. 북한 주민 분명 알면 바뀐다는 신념으로 외부정보 유입을 위한 모두의 지혜를 모으자. 9명의 일가족에게 남한이 ‘따뜻한 남쪽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건 바로 우리의 역할이자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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