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가입 강제하고 대상도 늘려…부족한 자금 마련 꼼수?

국가재정 개선 방안의 하나인 듯…무역일꾼 등 현금·현물 다루는 이들도 강제 가입

지난 2018년 11월에 촬영된 라선(나선)국제상업은행 외관.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일부 기관과 개인을 대상으로 보험 및 적금 가입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자금을 기관과 주민들의 유휴자금으로 메우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1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부터 일부 기관과 기업소 소속 일꾼들과 교원 등에게 적금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필수적으로 적금에 가입해야하는 대상은 교원, 당·행정·사법기관 일꾼을 비롯해 무역기관 종업원, 도·시·군 상업관리소, 편의봉사기관 등 재정과 관련된 기관의 종사자들이다. 또 농업위원회와 농업지도기관 소속 일꾼들도 적금에 의무 가입자로 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개인이 가입한 저금 상품 관리는 저금소가 맡고 있으며 저금에 가입한 경우 자동적으로 월 생활비(월급)에서 저금액이 차감된다”며 “저금액은 만기 기간에 따라 5년 또는 10년 후 원금을 찾아갈 수 있고 상품에 따라 1.4~1.7%의 이자를 보장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은행에 대한 신뢰가 낮아 저금 의무 조치에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저금이라고 부르지만 한번 가입하면 만기까지 해지할 수 없고 매달 정해진 금액을 적립해야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적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기관이나 기업소 소속 간부와 직원에 대한 적금 의무 가입 지시가 하달된 것은 지난 3월 말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의 이후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 매체들은 해당 회의에서 국가재정금융사업 개선에 관한 의정이 다뤄졌으며 김덕훈 내각 총리가 은행 사업 개선과 과학적 국가금융체계 확립 문제에 대해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후에 적금 의무 가입 지시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국가재정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 중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적금 가입 확대 방안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19년부터 은행을 정상화하겠다는 명목하에 개인들의 은행 계좌 개설과 예금보장 상품 가입을 요구해왔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은행 ‘원금 보장 상품’ 판매…주민들 여전히 공금융 불신)

기존에는 주로 교원이나 사법기관 일꾼 등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을 중심으로 적금 가입을 의무화했으나 이번에는 무역기관 소속 무역일꾼, 농업위원회 소속 농산물 관리 직원, 상업관리소 직원 등에게도 적금 가입을 강제하고 하고 있어 주목된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현금이나 현물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기관이나 기업소 직원들로 가입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렇게 적금 가입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유명무실했던 각 지역 은행 및 저금소의 역할이 다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북한 당국은 보험 의무 가입 대상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지난 3월 있었던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후 무역 기관과 상업관리소들까지 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됐다는 전언이다.

지방 은행들은 이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통해 융통할 수 있는 자금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임송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개인이나 기업의 적금 또는 보험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업 대출에도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임 부연구위원은 “문제는 북한 기업의 재정 상태가 불안정하고 자금 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들이 대출한 자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은행이 개인에게 원금조차 돌려줄 수 없게 되고 은행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개인 경제 활동 위축이나 파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