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해법없이 끝난 전원회의… “알곡고지 점령”만 되풀이

본보가 수차례 보도한 관개 문제 우선순위에…경제발전 문제 다뤘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은 없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을 위한 첫해 투쟁정형과 일련의 중요과업들에 대하여 ▲인민경제계획수행규율을 철저히 확립할 데 대하여 ▲국가재정금융사업을 개선하는데서 나서는 당면한 문제들에 대하여 ▲조직문제 등 4개 의정이 상정, 승인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내 식량난 심화 정황이 지속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농업 증산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알곡고지 점령’ 구호만 재차 강조할 뿐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위하여 우리 국가의 자존과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올해 알곡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농업발전의 전망 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해 나가자고 열렬히 호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농사에서 나서는 당면과업과 농업발전의 전망 목표에 대하여’를 통해 농업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관개 공사 강력 추진으로 5개년 계획기간 관개 체계 완비 ▲능률 높은 농기계 생산 및 보급 ▲간석지 개간 및 경지 면적 확대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농업생산량 확대를 위해 제시된 이러한 방안들은 이전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뿐더러 이전부터 강조돼 온 내용이라 특이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농업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고 직접 밝히면서 특별한 농업 조치나 정책이 제시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미 8기 5차, 6차 전원회의 등에서 계속 언급됐던 내용들이었다”며 “북한 내부에서 나름대로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한 모색이 이뤄졌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회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등으로 수입·수출 등 무역이 원활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내부의 자원만으로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려다 보니 과거에 이미 강조돼온 방안들이 되풀이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다만 북한 당국이 농업 문제 해결에 있어 관개 시설 정비 및 설치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비료나 비닐박막 등 농자재 조달은 북한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관개 시설 정비와 설치 문제는 자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제8기 6차 전원회의가 끝난 직후인 1월 초순경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함경북도 회령시 당위원회 책임일꾼 회의에서 농업 부문 관개 문제 해결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회령시 올해 첫 책임일꾼 회의에서 집중 논의된 ‘이것’은?)

아울러 본보는 지난달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앞서 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개최 직전 회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자료 준비 지시를 내리면서 ‘그 어떤 기후 조건에도 끄떡하지 않는 수리관개 시설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예고한 北, 관련 준비사항 포치)

김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당국이 이상기후 문제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관개 시설 정비 문제는 가뭄이나 홍수, 태풍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간석지로 확보한 농경지의 효율을 높이는데도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관개 시설 정비 문제를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을 위한 첫해 투쟁정형과 일련의 중요과업들에 대하여 ▲인민경제계획수행규율을 철저히 확립할 데 대하여 ▲국가재정금융사업을 개선하는데서 나서는 당면한 문제들에 대하여 ▲조직문제 등 4개 의정이 상정, 승인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밖에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인민경제계획수행규율 확립’과 ‘국가재정금융사업 개선’ 문제도 주요 의정으로 다뤘다.

김 위원장은 “일단 세워진 인민경제계획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흥정할 권리가 없다”며 모든 당조직들이 나라의 경제사령부인 내각의 조직력과 집행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들과의 투쟁을 강도 높이 벌리며 당사업을 당정책 집행에로 철저히 지향복종시킬 것을 강조했다.

또 세 번째 의정인 ‘국가재정금융사업 개선’에 대해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보고를 제기했으며, 보고에서는 “나라의 재정토대와 재정규율을 강화하고 은행사업을 개선하며 과학적인 국가금융체계를 확립하는 문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재정적으로 담보하는데 절실한 실천적 문제들이 언급됐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는 농업, 농촌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을 위한 중요 문제도 다뤘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농업생산과 경제건설의 근본적인 변혁, 실제적인 변화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투쟁목표와 수행 방도들이 반영된 결정서를 채택하였다고 밝히고 있으나, 보도된 내용만 놓고 보면 새로운 목표나 전략, 구체적인 실행계획들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