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부서 외화 계좌 예치금 인출 금지…입금은 OK 출금은 NO?

도급 인민위원회 조치…외화 흡수·공금융 정상화·달러라이제이션 극복 등의 의도로 보여

달러
미국 100달러 짜리 지폐. /사진=pixabay

북한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외화 계좌에 입금한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의 외화를 흡수하고 공금융을 정상화하려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2 데일리NK에 “지난 7월 초 지방 인민위원회 통화과에서 외화 구좌(계좌)에 넣은 외화를 현찰로 꺼내주지는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중앙의 지시가 아닌 도급 지방 인민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국 외화상점의 물건을 살 수 있는 외화상점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온라인 외화상점에서 상품을 결제하려면 외화 전용 계좌가 필요해 일반 주민들도 외화 전용 계좌를 개설하고 있는데, 일부 지방 인민위원회는 이 외화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은행에 외화를 넣는 일은 국가 통화체계에 따른 카드 결제 소비, 저금으로 쓰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입금은 가능하게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북한)는 법 체제상 금융통화에서 외화 현물의 개인 보관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금으로 안 뽑아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자국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의 외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미 외화는 장마당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주민들의 외화를 공적 금융시스템으로 끌어들여 공적인 영역에서 외화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 지방 인민위원회의 외화 계좌 인출 금지 조치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조치는 현재 일부 지역단위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앙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난 6월 비서국 회의에서 지방경제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라는 내용이 토의돼 도·시·군별 실정에 맞는 지방 통화 규정을 만들어 내각의 비준을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중앙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방 인민위원회가 정책을 수립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사업의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외화 계좌 인출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평양, 혜산 등 5개 지역으로 확인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과 비서국 확대회의를 연이어 개최했다. 당 비서국은 분야별 계획 수립과 정책 집행을 지도하는 사실상의 최고 권력기관이다.

당시 비서국 회의를 보도한 북한 매체들은 당 규율 강화 및 조직개편에 관한 내용만 전달했을 뿐 지방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외화 계좌에 넣은 외화를 다시 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주민들은 사용할 정도의 금액만 넣어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국가가 공적 목적이 없는 개인에게 외화를 현물로 주지는 않는다는 것뿐이지 강제로 저금하라는 것은 아니다”며 “그래도 현물로 돌려받을 수 없으니 구좌에 외화를 넉넉히 넣거나 저금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외화상점 물건 구매량만큼 소액을 넣는다”고 말했다.

다만 외화 계좌에 있는 금액을 북한 원화로 출금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주민들의 외화를 흡수하고 내화 사용을 진작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공금융 정상화를 통해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막고 경제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도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