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10 언론의 자유를 찾아서

2018년 촬영된 북한 평양 노동신문사 건물. /사진=데일리NK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지난 5월 3일 세계 언론의 자유의 날을 맞아 북한의 언론 자유 실태가 광범위하게 조명 받았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 혹은 민주주의 국가인 다른 나라에 거주하면서 가장 실감하는 자유의 영역은 무엇일까. 한 탈북민은 이동의 자유, 선거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라고 밝혔다.

1989년 중국의 천안문 사건 당시에도 폭넓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1980년 개혁개방이 큰 작용을 했다. 개혁개방의 시작은 당의 보도 규제를 비교적 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보다 자유로운 언론 매체들의 등장은 시위의 중심을 언론 자유에 집중하게 했다. 당시 시위대의 중심인 대학생들은 서구의 언론의 자유 개념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중국 헌법에 위배됨을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여전히 언론 및 출판의 자유가 억제되고 있지만, 오늘날의 민주국가들에서조차 법적인 보장, 즉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되기 까지 지난한 역사적 투쟁의 과정이 있어왔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가짜뉴스나, 무분별한 언어폭력과 원색적인 비난 등을 제한하는데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기도 하다. 즉, 체제와 사회적 발전상의 차이에 따라 ‘인권’보호의 범주와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이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가 권력 이전에 천부인권으로서 우리가 타고난 것이기에, 보편적 기준에 입각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북한 헌법 상의 보장, 의미는?

표현 행위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므로 ‘말’을 통한, ‘인쇄’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억제된 사회는 그 억압의 정도가 상당히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민주 국가에서 헌법 상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과 같이, 북한의 헌법에서도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법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회주의 헌법 제67조에 따르면,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제국주의의 문화적 침투를 배격한다는 이유로, 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체제 안전을 위해 언론 통제를 합리화 하는 입법안을 계속해서 마련하고 있다. 사회주의헌법 상 주권이 근로인민에게 있지만, 국가와 개인은 일체가 되어 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회주의헌법 이념에 따른다. 사회주의 헌법은 곧 북한의 통치 구조에 대한 규정인 것이다. 한 저서에서 법치와 법에 의한 지배는 “법의 성격이 아니라 권력체계에 따라” 규정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아담 쉐보르스키 외 지음,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2008), p.51) 즉, 법이 권력을 가진 강자의 도구로서 기능하는 경우에는 법치와 법에 의한 지배의 구분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픽=데일리NK

검열과 처벌 실태

북한의 모든 대중 매체는 정부 통제 하에 운영되고 있고, 검열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대부분 정치적 선전을 위해 거짓 주장과 고도의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다. 중앙당 선전부는 각 도당 선전부 산하 신문사 기자들을 관리하며 사상검토를 통해 이들이 일반 주민들의 사상을 더욱 고취시킬 기사들을 양산해 내도록 한다. 북한의 신문, 방송은 곧 ‘당의 목소리’이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방송만을 들을 수 있도록 모든 통신기기는 기술적으로 고정되고 있는데, 수시로 이에 대한 가택 수색과 검열이 있다. 가장 엄중하게는 도 보위국에서 당에 대한 비난이나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수시로 검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말반동’ 행위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낙인찍히고 보위부에 적발되어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곧 ‘정치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범격의 사례들이 엄격히 처벌받는 것은 곧 사회적 억제 기제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고 싶은 욕구는 엄격히 제한당하고, 말하고 싶은 의지는 억눌린다. 그러나 언론이 바른 것을 말하지 않고, 왜곡과 거짓이 있다는 점을 깨우친 북한 주민들은 자신이 아는 바를 가까운 이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인내하기 어렵다. 그것은 엄격히 개인의 영역이고, 본능이기 때문이다. 한 북한 주민은 장마당이야 말로 우리나라(조선)의 가장 정확한 언론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해왔다고 한다.(DailyNK 정서영 기자, 한국 방송 보고 “우리나라 방송은 가짜” 발언했다가 체포돼, 2022년 10월 14일자)

언론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

북한 사회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길을 모색하려면 사회내부의 변화상을 쫓을 필요가 있다. 물론 외부 사회는 언론의 자유를 억제하는 입법안에 대해 비판을 그치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북한 내부의 언론인들은 당의 선전가 역할에 그치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의 역할을 할 무언가가 마련되기 어려운 토대에서 대체재는 무엇일까.

최근 북한주민들의 ‘휴대폰’ 사용에 주목하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2021년 2월 6일 발표된 『미국 중앙정보국 월드 팩트북(CIA World Fact Book)』에 따르면, 북한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2019년 기준으로 382만 1857명으로 인구 100명당 14.98명이 휴대폰을 이용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북한은 ‘컴퓨터망관리법’과 ‘형법’, ‘개별법’에서 규정하여 엄격한 봉쇄와 처벌을 가하고 있다. 국경 지역 인근에서는 중국 통신망을 이용하는 휴대전화를 색출하고, 인터넷 접속 기록과 같은 것을 수시로 단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물도 통하고, 기술적으로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는 대학생 출신 탈북민의 호기로운 증언도 있다.

그런데 보다 유의미 하게 봐야 될 지점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다른 지역의 주민들 간의 소통이 매우 원활해졌다는 점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즉,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소식은 ‘유언비어’로 치부될지 언정 막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휴대전화의 사용은 장마당을 억제하지 않고 시장 합법화를 통해 내수진작으로 가는 북한 경제 흐름상 더욱 발달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음에 마련되어야 할 전략은 양질의 정보 유입, 즉, 사회부조리 등 북한 주민들에게 효과적인 비판 지점을 무엇으로 삼고, 어떠한 표현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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