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보고 “우리나라 방송은 가짜” 발언했다가 체포돼

시장서 장사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하다 도 보위국에 단속…반사회주의 행위로 낙인찍혀

2018년 10월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사진=데일리NK

북한 황해남도 배천군에서 한 주민이 한국의 영화와 방송내용이 담긴 메모리를 보고 유포시키다가 단속돼 가족까지 전부 긴급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배천군에 사는 여성 주민 오모 씨는 시장에서 식료 장사를 하면서 한국 영화와 방송내용이 담긴 메모리를 보고 이를 몰래 유포시키면서 ‘우리나라(북한) 언론은 모두 가짜’라고 비난까지 한 것으로 도 보위국에 체포됐다.

오 씨는 밤이면 집에서 몰래 한국 영화와 방송을 보고 낮에 시장에 장사하러 나와 남한과 북한을 대비해가며 불만을 토로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오 씨는 “우리나라(북한)는 똑바른 보도와 신문이 없다. 외국은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소식을 전한다.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은 모두 날조이고 가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마당이 진짜 정보를 퍼나를 수 있는 곳으로, 장마당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가장 정확한 언론”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해왔다는 전언이다.

다만 오 씨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 도 보위국에 신고되면서 지난달 28일 오후 5시 도 보위국 반탐과 성원들이 시장에 나타나 많은 주민이 보는 앞에서 그를 체포해갔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보위국은 동시에 이 주민의 집을 가택수색하고 이후 집의 창문과 출입문 등에 나무판자를 대고 대못을 박아 출입하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인민반장에게 순찰을 부탁했으며, 배천메기공장에 다니는 남편과 대학에 다니는 딸까지 가족들을 전부 구속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도 보위국은 이 주민의 발언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다른 주민들의 사상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시장을 열지 못하도록 하고, 연관된 모든 주민들을 불러다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천군 시장은 가뜩이나 가을걷이 총동원 전투로 인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만 열리고 있는데, 이 사건으로 열흘 가까이 문이 닫혀 주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호소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도 보위국은 당의 목소리인 우리나라 신문, 방송을 헐뜯고 비공식적인 장마당에서의 소문을 나라의 신문, 방송보다 낫다고 떠들어대며 유언비어를 유포한 것은 당을 배신하고 사회를 문란시킨 비사회주의적이며 반사회주의적인 행위라고 낙인찍으며 정치적 범죄나 같다고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현재 배천군 시장은 다시 열렸으나 담당 보위원과 담당 안전원들이 매일 시장을 돌면서 매대 조장들을 불러 ‘물건만 팔고 입조심 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