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전술핵보다 더 강력한 ‘정보폭탄’

CD, USB, SD카드. /사진=데일리NK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김정은이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현지지도했다. 급기야 12일에는 역시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거리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또한 13일 야밤에는 북한 군용기 10여 대가 한반도 동쪽과 서쪽의 9·19 군사합의상 비행금지구역 근처까지 내려왔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 탄도미사일 24차례,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13번째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남한에도 전술핵을 배치해 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남한의 전술핵 배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왜? 누구를 위해? 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술핵을 배치했을 때의 효용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핵을 핵무기로 제어할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북한이 핵대결 구도로 점철되어서는 안 된다.

윤석렬 정부는 불과 얼마전에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어쩌면 담대한 구상을 스스로 폐기하는 꼴이다. 이제 무슨 명분으로 북한에 핵포기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핵을 머리에 인 채 살아갈 수 없다고 북한에 지속적으로 핵포기를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마저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수밖에 없다.

국내정치적으로도 이전 문재인 정부는 평화, 현 정부는 전쟁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분명 야당에서는 전쟁위협론을 들고 나와 정부와 여당을 압박할 것이다.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더니 미국에 핵무기나 구걸하며 막대한 예산을 들인 무기 구입으로 미국의 배만 불리게 만들어 준다는 논리로 공격할게 뻔하다. 전쟁과 평화라는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남남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힘에 의한 평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힘이 한반도의 공멸을 가져올 핵무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에 여전히 대화와 협상만을 강조하는 것은 더더욱 실효성이 없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북한의 행태를 통해 명확히 입증되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똑같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게 실효성이 있었는가를 되돌아보면 해답은 분명해진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핵실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가안보전략회의(NSC)를 긴급 소집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강력규탄하며, 국제사회와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말만 늘 반복된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북한 스스로 가장 위협이라 느낄만한 무기를 꺼내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할까? 우리에게는 바로 핵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정보폭탄, 인권폭탄이 있다. 북한 핵 포기를 견인하고 북한 정권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강위력한 우리만의 무기가 바로 정보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외부사조 오염에 따른 새세대들의 사상변질이다. 국방부 심리전과 정보관련 기관의 대북정보 유입 활동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공식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재개해야 한다. 대북민간단체의 활동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라디오 주파수 할당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발맞추어 여당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재개정을 논의해야 한다.

우리 손에 가장 강력한 무기를 쥐고 무엇을 망설이는가? 담대한 결정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북한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이끄는 전략이지, 철없는 아이 놀이 같은 김정은의 핵놀음에 말려드는 게 아니다.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행동에 분명히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하기 전에 분명한 경고메시지를 보내면 어떨까. 만약 핵실험을 감행하면 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창의적인 해법은 핵무기에 맞서는 정보폭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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