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군용기 남하에 미사일, 포사격까지…中 당대회 코앞인데 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조선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들과 공군 비행대들의 화력 타격 훈련이 10월 6일과 8일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어제(13일) 밤부터 오늘(14일) 새벽 사이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정도로 갖가지 종류의 도발을 했다. 군용기를 남하시키는가 하면 미사일을 발사하고 심야 포병사격도 실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중국 공산당 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중국에서 큰 행사가 있으면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을 무색하게 하는 행동이다.

, 심야 도발 잇따라

북한은 먼저 어제 밤 10시 30분쯤부터 오늘 새벽 0시 20분쯤까지 2시간에 걸쳐 군용기 10여 대를 남하시켰다. 북한 군용기들은 동, 서부 내륙지역과 서해 지역에서 전술조치선 아래로 내려왔다가 북상했다. 전술조치선이란 북한 군용기들이 남하하면 우리 공군기들이 대응하도록 하는 가상의 경계선이다. 북한이 심야 시간대에 군용기들을 출격시킨 것도 이례적이지만, 동, 서부 내륙지역과 서해 지역에서 동시에 위협비행을 한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군용기 남하 비행이 끝난 뒤 한 시간쯤 지난 오늘 새벽 1시 49분쯤에는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된 것이다. 미사일은 700km 정도를 날아갔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평양에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는 시각 동해와 서해에서는 북한군의 대규모 포병사격이 실시됐다. 새벽 1시 20분쯤부터 25분쯤까지는 황해도에서 서해상으로 130여 발의 포병사격이, 새벽 2시 57분쯤부터 3시 7분쯤까지는 강원도에서 동해상으로 40여 발의 포병 사격이 이뤄졌다. 합참은 북한군의 포탄이 낙하한 지점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의 발표에서, 어제 북한군 5군단 전방지역인 강원도에서 남한군이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했고 이에 따라 대응군사행동조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미군 측이 군사합의를 준수하면서 북쪽인 아닌 남쪽 방향으로 포사격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지역으로 포사격 대응을 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대회 코 앞인데

북한이 심야 시간대에 이렇게 갖가지 종류의 도발을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겠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공산당 대회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는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우방인 중국에서 큰 행사가 열리는데 옆에서 긴장을 높여 재를 뿌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공산당 대회는 이틀 뒤인 16일, 더구나 이번 당 대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세간의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 대회가 코 앞에 왔는데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일 것이다. 중국이 도발 자제를 요청하는데도 북한이 말을 안듣고 있거나, 핵실험과 ICBM 발사는 안 하는 조건으로 ‘알아서 하라’고 북중 간에 양해가 이뤄졌거나. 전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북한이 이렇게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이 도발 자제를 세게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크라이나에 이어 한반도에도 신경써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남한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 등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게 됐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입하고 있는 미국에게 또 하나의 근심거리가 생긴 셈이다. 북한이 최근 집중적으로 긴장조성에 나서고 있는 이유가 이와 관련됐을 수 있다.

중국 당 대회가 코 앞인데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도 한반도 안정에 그리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의 심화 속에 미국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이 중국에게 싫을 리 없다.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가 한반도 차원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북중러 협력의 일환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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