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26 김정은의 정치적 도구, 그리고 인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6월 29일 동평양대극장에서 방북 중인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술인 공연 중 무대 배경화면에 러시아 파병 북한 군인들의 활동 모습이 상영되자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이미지의 정치: 지도자의 모습을 다시 만든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코로나19와 수해로 고생한 주민과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최고지도자가 인민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이전 북한 지도자의 이미지와는 다소 달랐다. 김정은은 ‘무오류의 수령’만이 아니라 주민의 고통을 알고 함께 슬퍼하는 지도자로 자신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의 딸 김주애가 등장하는 장면이 이 이미지를 더욱 확장한다. 김정은은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 현장뿐 아니라 어린 딸과 함께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지휘하는 최고사령관의 모습 뒤에 자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겹쳐 놓는 것이다.

김정은의 눈물과 김주애의 반복적인 등장은 북한의 세습 체제를 ‘가족’과 ‘계승’의 이미지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미지 정치의 힘을 활용하는 북한의 전략이 작동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던져야 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왜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질문 자체를 바꾸게 되는가.

북한은 2020년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낸 국가처럼 묘사했다. 또한 김정은의 영도가 정확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그를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지도자로 묘사했다.

이처럼 지도자의 유능함과 국가의 작동 능력을 연결하는 이미지는 김정은 시대 북한이 정상국가의 외형을 갖추려는 움직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정비되고 행정체계가 제도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이 함께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간극을 놓치면 북한의 ‘정상국가화’라는 외형 자체가 하나의 선전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동상의 정치: 지도자를 공간에 새긴다

대내적으로도 많은 장치가 존재한다. 북한에서 동상은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의 존재를 일상 공간에 계속 재현하는 장치이다. 한 연구는 2012~2016년 북한의 동상 건립 보도를 분석하면서 김정은 시대에도 선대 지도자의 동상이 지속적으로 건립되고 그 형식과 도상이 변화해 왔음을 분석했다. 중요한 건 동상의 개수 자체보다 어디에 세우고, 누가 그 앞에 서며, 주민들이 어떻게 행동하게 만드는가이다. 김일성·김정일 동상이나 초상화 등을 훼손하는 행위를 매우 중대한 정치적 행위로 취급해 왔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Saparmurat Niyazov)는 1991년 독립 이후 장기간 권력을 행사하면서 수도 아시가바트 곳곳에 자신의 흉상과 동상을 세웠다. 흥미로운 점은 정권교체 이후이다. 니야조프가 2006년 사망하자 후계자 역시 자신의 초상과 동상을 이용한 새로운 개인숭배를 구축했다. 즉, 선대 지도자의 상징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지도자의 숭배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 나타났다.

동상은 정권의 정략적 산물이다. 누구의 동상을 세우고, 유지하고, 철거하는가는 곧 어떤 지도자의 권위를 현재의 것으로 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동상이 중요한 정치적 공간으로 기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접견의 정치: 사람의 위치를 바꾼다

접견은 누가 중요한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만나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만남’과 다르다.

특히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이른바 ‘1호 사진’은 북한 정치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의 ‘1호 사진’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 사진은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사진 속 인물의 표정과 복장, 구도까지 세심하게 고려되며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특정한 방향으로 만들어낸다.

1호 사진은 지도자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진에 들어간 사람에게도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출세의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분석과 증언이 꾸준히 나왔다. 나아가 간부의 이력에도 기록되는 정치적 자산으로 기능한다는 증언·분석이 있다.

지도자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누가 지도자와 가까운지, 지도자가 외부 세계에 어떤 모습으로 보일 것인지까지 국가에 의해 전략적으로 설계된다. 결국 지도자와의 ‘거리’조차 정치적 의미를 갖게 만들고, 그 만남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까지 관리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중요한 대내외적 정치 도구다.

나가며

김정은의 눈물, 김주애와 함께한 모습, 도시 곳곳의 동상,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국가의 이미지까지 이들은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공통된 기능을 수행한다. 지도자와 국가의 모습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눈물을 보면 우리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목하게 된다. 김주애의 모습을 보면 북한의 후계 구도를 생각하게 된다. 정상국가를 연상시키는 제도와 국가기관의 변화는 북한의 국가 운영 방식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북한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특정한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모습 뒤에서 무엇이 보이지 않게 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북한의 변화 앞에서 더 중요한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북한은 우리가 무엇을 보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뒤 우리는 무엇을 묻지 않게 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결국 인권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눈물과 가족의 이미지,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 제도화된 국가의 외형을 보는 동안에도 북한 주민에게 어떤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인권의 현실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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