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함에 가짜 제보·조롱 쪽지 잇따라…보위원들 ‘골칫거리’로

특이 동향·이상 징후 신고할 수 있도록 한 장치가 농락의 수단으로…인민반회의 열어 강력하게 경고

북한 국경 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의 ‘수상한 행동’을 제보하도록 설치된 신고함에 허위 정보를 적거나 담당 보위원(現 정보원)을 조롱하는 내용의 쪽지를 넣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오히려 보위원 농락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최근 회령시 일부 동에서 담당 보위원 사무실에 설치된 신고함에 가짜 정보나 보위원을 놀리는 내용의 이름 없는 쪽지가 자주 발견돼 보위원들이 관할 인민반을 돌며 관련 문제로 인민반회의까지 진행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4월 ‘군중신고법’을 제정한 뒤 몇 차례 수정·보충을 거치며 군중신고 체계를 강화해 왔다. 회령시 일부 지역에서는 2020년경부터 담당 보위원 사무실에 신고함이 설치돼 운영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보위원의 비밀 협력자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주변의 특이 동향이나 이상 징후를 제보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신고함에 들어간 쪽지는 담당 보위원만 볼 수 있게 돼 있는데, 최근 신고함에 허위 신고는 물론 보위원을 직접 겨냥한 조롱성 내용의 무기명 쪽지가 잇따라 투입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 20일 저녁 회령시의 한 인민반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는 인민반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담당 보위원은 “요즘 누군가 신고함에 거짓 정보를 넣고 있다. ‘○○네 집에 이상한 손님이 왔으니 빨리 가보라’고 적어놓아 직접 가보면 아무 일도 없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보위원은 “‘보위원 동지, 속옷을 좀 자주 갈아입으십시오. 다 보입니다’라는 식의 놀리는 쪽지도 들어오고 있다”면서 “지금은 재미있다고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행동을 했다면 일이 커지기 전에 자수할 것, 주변에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짐작 가는 주민이 있다면 즉시 신고할 것을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은 사이에서는 “얼마나 밸이(화가) 났을지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보나 마나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일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동시에 자녀를 둔 주민들은 “단단히 주의를 줘야겠다”며 사뭇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주민은 최근 방학으로 학생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을 근거로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도 나타났다.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청진시의 한 담당 보위원 사무실 신고함에는 해당 보위원의 집 주소와 함께 ‘이 집에서 지금 한국 영화를 보고 있으니 빨리 가서 단속하라’는 내용의 허위 신고 쪽지가 들어갔다. 주민들을 단속하는 보위원을 도리어 단속 대상으로 몰아 조롱한 것이다.

이에 해당 보위원은 인민반장을 통해 인민반회의를 열고 강력한 경고와 함께 속히 자수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의 신고를 받기 위해 설치한 신고함이 오히려 보위원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잘못된 행동이지만, 평소 ‘신고하라’는 강요에 얼마나 진저리가 났으면 장난 거리로 이런 신고 쪽지를 넣겠느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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