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에 신규 노동 인력 파견…대북제재 구멍 커지나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으로 수백명 나가…기존 인력 일부 송환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이 국제사회의 노동자 송환 촉구에도 불구하고 신규 노동 인력을 러시아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강화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구멍이 커지는 모양새다.

28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각 지역으로 자국 노동 인력 수백 명을 새롭게 파견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350명가량을, 북한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에는 100명 이하의 인원을 파견했다는 전언이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러시아 북서부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부 블라디보스토크에 노동 인력을 더 많이 파견했으나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들은 파견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했는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파견자들은 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행 인력은 열차로 해당 지역까지 이동했다고 한다.

또 파견 지역별로 소속과 맡게 될 업무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 파견자들은 군 산하 무역회사 소속으로 신분이 현직 군인이며, 이들은 처음부터 러시아 건설 현장과 계약을 맺어 해당 현장에서만 일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파견자들은 대부분 민간인으로 소속 무역 사무소가 러시아 현지에서 수주한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건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부업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군 산하 무역회사 소속으로 노동 현장에 파견될 경우 월 4만 5000 루블(한화 약 74만원)을, 민간인 신분으로 일하는 경우 월 7만 루블(한화 약 115만원)을 당자금으로 북한 당국에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신규 파견 인력들은 공식 입국 목적을 노동이 아니라 유학, 연수, 관광, 문화교류 등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로씨야(러시아) 정부가 우리(북한) 인원을 받아주니까 새롭게 노무자를 파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 인력이 대거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이런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에서 3년 이상 체류했던 북한 노동자 일부가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앞서 북한이 노동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은 인력들을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근로 능력 상실자 귀국시키라”…러 파견 노동자 개별 송환)

한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갈등 속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한층 더 밀착되는 분위기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5일 임천일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4년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북러 간 연대를 강조했다.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오늘 조로(북러) 두 나라는 공동의 원수를 반대해 어깨 겯고 싸운 역사적 전통을 이어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전쟁 위험과 군사적 위협을 과감히 짓부수고 나라의 안전과 존엄, 평화를 수호하며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호상 지지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반(反)러 연대 형성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를 공동의 적으로 상정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