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근로 능력 상실자 귀국시키라”…러 파견 노동자 개별 송환

러시아 현지 노동자들 동요…현지 사업소들, 노동자 탈출 가능성에 개별 감시 총력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이 러시아 현지에 파견된 노동자들 가운데 건강상의 문제로 근로 능력이 상실됐다고 판단된 대상들의 개별적 귀국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사태로 3년 남짓 일시 중단됐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귀국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장기적 치료, 수술이 필요하거나 사망 직전이거나 전염병 등 건강상의 이유로 근로 능력이 상실됐거나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노동자를 사업소별로 뽑아 개별적으로 귀국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와 지난달 말부터 해당하는 대상들 귀국시키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국경봉쇄로 외화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 노동자를 통한 외화벌이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당의 외화벌이 자금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을 그때그때 귀국시키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가 러시아 현지 북한 사업소들에 내려왔다.

그동안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내세워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집단 송환을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추세를 보이자 긴급 귀국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나마 송환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환자나 사망자가 발생하면 현지 사업소들이 파견 노동자들의 개인 돈을 모아 치료해주거나 장례를 치른 뒤 유골을 보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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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 지시가 내려지면서는 사업소별로 비행기나 열차표를 끊어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 직전인 파견 노동자들을 곧장 귀국시키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노동력 상실은 곧 외화벌이 당 자금 계획분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은 건강상의 문제로 당장 일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즉각적으로 귀국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번 귀국 대상자들은 최근 20일 이상 일을 못했거나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하거나 장기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대상들”이라며 “조선(북한) 사업소들에서는 귀국시키려하는데 대상자들은 안 가려고 하거나 탈출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귀국 대상자들은 여비조차 없어 사업소에 도와달라 요청하고 있지만,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있어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일부 귀국 대상자들은 ‘온 가족이 달라붙어 뇌물을 고이고 겨우 기회를 얻어 외국에 나왔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돌아가겠냐’며 펑펑 울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노동자들 속에서는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조국에 돈을 다 바치고 월급도 없이 살았는데 조국은 일하다가 아프게 된 사람들에게 10달러도 안 쥐여 주고 악착스럽게 군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몇몇 노동자들은 ‘조국은 여기(러시아) 사업소가 아픈 노동자들의 치료비나 장례비에 돈을 쓰는 게 아깝다며 다 귀국시키고 돈은 모두 당 자금으로 바치라고 하니 우리의 삶도 참 비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 귀국 대상자 명단에 오른 노동자들이 행여 탈출이라도 시도할까 봐 현지 사업소들은 보위지도원 등을 동원해 노동자 감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