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직면한 1호 접견자, 당에 문제 해결 호소했지만…

식량 공급하라는 중앙 지시에도 아직 별다른 움직임 없어…주민들 "1호 접견자면 뭐하나"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식량난에 처한 북한 강원도 세포군의 1호(최고지도자) 접견자가 올해 초 당에 문제 해결을 호소했지만 3개월이 다 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강원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지난 1월 중순 세포군의 1호 접견자가 도 당위원회를 통해 중앙당에 식량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제의서를 올렸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아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에 제의서를 올린 1호 접견자는 30년간 군 생활을 하다 2014년 제대된 제대군관으로, 군 복무 시절 김정일과 두 차례 접견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실제 그의 집에는 두 장의 1호 사진도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1호 접견자는 자식, 손주까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는 특혜를 받기 때문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 1호 접견자의 생활 형편은 코로나 전에도 다른 세대들에 비해 넉넉지 못했고, 올해 초에는 온 가족이 굶어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10여 년 군관으로 살다 제대된 군관들도 사회에 발붙이기 힘들어 온갖 어려움을 겪는데 30년을 군에서 배급으로만 생활해 온 사람은 더 말해 뭐하겠느냐”며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제대군관 가족들이 더욱 심각한 생계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의 제대군관들은 사회에 나오면 장사 등에 뛰어들어 돈을 버는데 그와 그의 아내는 장사 품목도 제대로 정하지 못할 만큼 장사에 소질이 없어 돈벌이를 하지 못했고, 결국 극심한 생활난에 봉착하면서 중앙당에 제의서를 올리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그는 지난 1월 중순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호소하는 제의서를 직접 작성해 도당을 찾아갔고 도당에서는 이를 접수해 중앙당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나 중앙당에서는 ‘도당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중앙에까지 올려보냈다’는 호된 비판과 함께 ‘도당이 당장 나서 1호 접견자 가족에 식량을 공급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아직도 식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주변 주민들조차 “1호 접견자면 뭐하고, 1호 사진이 벽에 걸려있어도 무슨 소용이냐”, “온 가족이 굶어 쓰러졌을 때도 인민반 주민들이 도와줬지, 나라에서는 쌀 1g도 보태주지 않았다”면서 혀를 내두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제대군관들이 평생을 군에 바치고 얻은 대가가 결국 굶주림이니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젊은이들의 군 기피 현상도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