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겨냥해 무자비한 총격 가한 폭풍군단 군인들이 포상을?

[북한 비화] 큰 공 세운 것으로 20여 명 '화선 입당'…주민들 "이 나라에 대한 일말 희망도 없어져"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의 한 초소에 군인이 서 있다. /사진=데일리NK

3년 남짓한 국경봉쇄에 국경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던 지난해 8월 25일 이른 아침, 양강도 당위원회 회의실에는 100여 명의 군인이 집합하고 있었다.

이들은 북부국경봉쇄작전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 데 대한 포고와 함께 국경에 파견된 폭풍군단(11군단)과 국경 경비라는 본연의 임무를 어김없이 수행 중이던 국경경비대 군인들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여름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사상이나 충성도가 검증된 특수부대, 폭풍군단 병력이 국경에 배치됐다. 이들은 국경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통행금지 시간을 정한 포고 내용에 따라 국경에 강력한 봉쇄진을 쳤다.

국경 제일선에서 작전을 수행하게 된 폭풍군단 군인들은 즉각 ‘선(先)사격 후(後)보고’ 체계를 세웠고, 국경 접근 금지 명령에 응하지 않거나 탈북이나 밀수 등의 정황을 발견할 때마다 그게 누구이든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했다.

이날은 바로 북부국경봉쇄작전에서 공을 세운 폭풍군단 군인들을 포상하기 위한 자리였고,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책임 지휘관들, 도당 조직비서가 참가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공로를 세운 군인들에게 주어지는 포상이 ‘화선 입당’이었으며, 그 외 노력훈장 및 군공 메달 수여와 인민군 표창, 군단 또는 사령부 정치부 표창도 이어졌다.

화선 입당은 김일성이 한국전쟁 시기 화선(火線)에서 세포총회를 열어 병사들을 즉시 당원으로 받아들이고 부대 사기진작과 투쟁 열의를 북돋아 준 데서 비롯된 용어로, 말 그대로 현장에서 즉각 입당시키는 것을 말한다.

본래 의미대로라면 적의 화구를 막거나 혁혁한 공을 세운 대상들이 화선 입당자가 돼야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화선 입당하게 된 이들은 북부국경봉쇄적전을 수행하며 무자비하게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케 한 폭풍군단 군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여기에는 국경에 접근한 중국인과 중국 민가에서 키우는 가축에게 총격을 가한 군인들도 포함됐다.

또 이날 행사의 기타 포상자들 역시 국경 경비초소에서 단속된 주민들을 전부 사법기관에 넘긴 폭풍군단 군인들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국경경비대 군인들도 참가했지만, 화선 입당은 물론 표창을 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행사장에 있던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폭풍군단 군인들의 포상을 축하하며 박수를 보내는 관객에 불과할 뿐이었다.

국경경비대가 있음에도 폭풍군단 병력을 파견해 국경을 원천 봉쇄하고 접근자를 즉결 사격, 처형하는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가히 이례적이었다.

국경경비대 역시 포고에 따라 완충지대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는 인원이나 짐승을 향해 사격하긴 했으나, 국경에서 근무하면서 밥 한 그릇이라도 얻어먹은 가족 같은 국경주민들을 쏴 죽이는 잔인한 짓은 차마 할 수 없어 허공에 공포탄을 쏘는 식으로 대처할 뿐이었다.

닥치는 대로 주민들에게 충격을 가한 폭풍군단 군인들은 혁혁한 무공을 세웠다는 것으로 포상을 받고 조국이 가장 어려울 때 언제 어디에나 믿고 파견할 수 있는 충성분자 부대로 평가됐지만, 국경주민들에게는 살인 병기이자 공포의 대상으로 확실히 각인됐다.

폭풍군단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던 주민들은 이들이 화선 입당 등 포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불만을 쏟아냈다.

“국가가 전염병으로 국경을 봉쇄한다고 하니 따랐다. 국경이 막혀 굶게 돼도 태를 묻고 자란 정든 고향을 등지고 떠나기 싫어, 이 땅을 버리지 않으려 어떻게든 버티고 발버둥을 치며 살았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무자비한 총격을 가한 폭풍군단을 높이 평가해 화선 입당까지 시키는 국가의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눈만 뜨면 사람들끼리 물고 뜯고 죽이게 조장하는 이 나라(북한)에 대한 일말의 희망마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