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실탄을 소지한 보초병을 세우고 농장 주변 경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확철 주민들의 쌀 도둑질을 막기 위해 수확물 감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달 초부터 농장 주변에 실탄을 소지한 군인들을 보초 세우는 동시에 농장원들의 야간 농장 접근을 금지했다. 농장 간부라 할지라도 야간에는 농장 근처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북한 당국은 군인들에게 야간에 농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실탄 사격하라는 지시까지 하달해 농장 주변 분위기가 바짝 얼어붙어 있다고 한다.
북한의 농장들에서는 본래 수확철 농작물 절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인력을 동원해 교대로 경비 근무를 서왔다. 하지만 올해는 당국이 무장 군인들을 동원해 농장 일대를 감시하게 하고 농장원들의 접근마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농장 감시를 강화한 것은 농장원들이 상부에 수확량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고 일부를 빼돌리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실제 올해 옥수수 수확에서 예상치와 실제 수확량에 차이가 큰 것으로 문제가 된 농장들이 적지 않았다.
본보는 지난달 평안남도 개천시에서 옥수수 수확량을 25만톤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수확한 양이 21만톤에 불과해 도당위원회 조직부와 평안남도 농촌경영위원회, 검찰소 등이 개천시 농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개천시 농장원들 사이에서는 가을걷이(추수)에 너무 많은 주민이 동원되면서 옥수수가 많이 빼돌려진 것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개천시 옥수수 수확량 예상치보다 15% 적어 간부들 ‘아연실색’)
이렇듯 북한에서는 수확철 농장에 동원된 일반 주민을 비롯해 소속된 농장원들이 수확물을 몰래 빼돌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고 최근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어 농작물 절도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현재까지 허가 없이 농장에 접근하려다 무장한 군인의 총에 맞아 죽거나 다친 주민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야간에 보초를 서는 군인들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농장의 수확물을 빼돌릴 수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농장원들은 ‘군인들한테 총까지 주고 농장을 지키라고 하는데 군인들이 쌀을 훔쳐 가기 딱 좋은 조건을 마련해 준 것 아니냐’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