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시 옥수수 수확량 예상치보다 15% 적어 간부들 ‘아연실색’

결국 농장들에 검열 붙어…농장원들 "강냉이보다 가을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 없어지는 게 당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농장에서는 적기가 된 포전들에 노력을 집중해 가을걷이를 다그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옥수수를 수확한 황해남도 재령군 북지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전역에서 옥수수 수확이 이뤄졌지만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안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옥수수 수확량보다 실제 수확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당국이 검열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옥수수 수확인 결속된 평안남도 개천시에서는 실제 수확량이 예상 수확량보다 15%가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개천시는 옥수수 수확량을 25만톤으로 예상하고 이미 상부에 이 수치를 보고했으나 실제로 수확한 양은 약 21만톤이었다고 한다.

북한은 벼나 옥수수를 수확하기 직전에 농장마다 해당 예상 수확량을 상부에 보고한다. 다만 실제 수확량이 예상 수확량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 농장에 대한 검열이 붙고 책임자가 처벌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개천시에서는 올해 옥수수 실제 수확량이 예상치보다 너무 적어 농장 일꾼들이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결국 크게 문제시돼 도당위원회 조직부와 도 농촌경영위원회, 도 검찰소 등이 개천 지역 농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수확량에서 4만톤이 증발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게 이유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농장원들 속에서는 올해 당국이 옥수수 가을걷이를 빠르게 결속할 것을 강조하면서 예년보다 많은 인력을 동원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실제 북한 당국은 이달 초부터 짧은 기간에 옥수수 수확을 끝낸 농장들을 치켜세우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신심 높이 떨쳐나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를 다그쳐 끝내자”면서 “지난해보다 강냉이(옥수수) 수확을 보름 앞당겨 결속했다”고 선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22일 “북한 각지 농촌들에서 강냉이 가을걷이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황해남도 내 거의 모든 시·군들이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앞당겨 옥수수 수확을 끝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 내에서 빠르게 옥수수 수확을 결속하는 것이 큰 성과로 인정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역별 옥수수 수확 경쟁 열기가 고조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개천시도 지난달 말부터 당국이 제시한 시점까지 무조건 옥수수 결속을 끝내야 한다면서 지역 내 농장들 사이에 경쟁 구도를 형성했고, 빠른 결속을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당에서도 농장들에 대한 노력(인력) 동원과 수확에 필요한 농기계나 운반 수단들을 보장해줬다”며 “하지만 강냉이보다 가을(수확)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 강냉이가 없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겠냐는 게 농장원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농장원들은 가을걷이에 동원된 주민들이 옥수수를 몰래 빼돌린 것이 수확량 증발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각지에서는 옥수수를 빼돌리거나 도적질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