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문화어보호법에 ‘공개처형’ 명시… “군중 각성시켜야”

1월 제정 평양문화어보호법 전문 입수… "괴뢰말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은 사활 걸린 정치투쟁"

북한은 지난 1월 17∼1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데일리NK가 북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전문을 최초 입수했다. 북한은 해당 법률을 통해 한국식 언어를 사용하거나 유포할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공개 처형’을 진행해 주민들을 각성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식 언어나 표현 사용·유포 시 최대 사형…’공개처형’ 언급도

먼저 북한은 법 제6조(괴뢰 말투를 퍼뜨리는 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원칙)에서 “국가는 괴뢰(한국을 비하하는 표현) 말투를 본따거나 유포한 자들에 대하여서는 괴뢰 문화에 오염된 쓰레기로, 범죄자로 낙인하고 그가 누구이든 경중을 따지지 않고 극형에 이르기까지 엄한 법적제재를 가하도록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법적 처벌에 관한 규정을 제5장(58~65조)에 상세하게 담았다.

북한은 괴뢰말투사용죄(제58조)에 대해 “괴뢰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말투로 된 괴뢰말 또는 통보문(문자메시지), 전자우편을 주고받거나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만든 자는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또 괴뢰말투유포죄(제59조)에 대해서는 “괴뢰말투를 다른 사람에게 배워주었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유포한 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북한 형법에서 가장 중범죄로 취급되는 국가전복행위는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몰수형을 받는데, 한국식 언어 사용이나 유포행위에도 비슷한 형량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한국식 언어 사용 및 유포 행위를 반국가행위에 버금가는 범죄로 인식하고 처벌하는 모습이다.

실제 법 제31조(괴뢰 말투를 박멸하기 위한 교양과 통제)에는 “기관, 기업소, 단체는 괴뢰말투를 본따는 것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는 적들의 책동에 동조하는 이적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고 종업원, 학생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북한은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공개처형 방식을 적극 활용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 제35조(공개 투쟁을 통한 교양)는 “사회안전기관을 비롯한 해당 법기관은 자료폭로 및 군중투쟁모임, 공개체포, 공개재판, 공개처형 등 공개투쟁을 여러 가지 형식과 규모로 정상적으로 진행해 썩어빠진 괴뢰문화에 오염된 자들의 기를 꺾어놓고 광범한 군중을 각성시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법조문에 공개처형이 직접적으로 명시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2019년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정례검토(UPR, Universal Periodic Review)에서 공개처형 사실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사형제 폐지 및 공개처형을 금지하라는 권고에 대해 ‘공개처형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으며, 매우 예외적으로 극심한 범죄에만 적용된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실상은 주민들의 공포심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공개처형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청년동맹원부터는 ‘오빠’ 대신 동지·동무 써야직장서 ‘~호칭도 금지

한편 북한은 법 2장(7~38조) ‘괴뢰말찌꺼기를 쓸어버리기 위한 전 사회적인 투쟁’을 1절과 2절로 구분해 광범위한 내용을 담으면서 전체 조문의 절반에 가까운 부분을 할애했다.

이 중 제2절에 속해 있는 19~29조는 주민들이 한국식 언어를 사용, 유포하지 않도록 하는 각종 금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19조(괴뢰식부름말을 본따는 행위금지)를 통해서는 “공민은 혈육 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들서 이에 ‘오빠’라고 부르거나 직무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것과 같이 괴뢰식부름말을 본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소년단 시절까지는 ‘오빠’라는 부름말을 쓸 수 있으나 청년동맹원이 된 다음부터는 ‘동지’, ‘동무’라는 부름말만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법조문에 특정 단어나 표현을 꼭 집어 언급한 점에 미뤄볼 때 많은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에 영향을 받아 일상생활에서 해당 단어나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법 제22조(괴뢰식억양을 본따는 행위금지)에서 “공민은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괴뢰식억양을 본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법 제2장 제1절(7~17조)은 한국식 언어가 퍼질 수 있도록 하는 매개물과 공간을 빠짐없이 찾아 물리적으로 차단, 감독, 통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경, 공중, 강하천, 대외사업(무역) 및 출장, 여행자를 통한 한국 영상물 등의 유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본지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전문은 지난 1월 18일 최고인민회의 법령 제19호로 채택된 것으로, 총 5장 65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은 “괴뢰말은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돼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말(2조 2항)”이라며 “괴뢰말찌꺼기를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은 사회주의제도의 운명, 우리 인민과 후대들의 사활이 걸린 심각한 정치투쟁, 계급투쟁(5조)”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평양문화어보호법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