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난에 ‘병사의 날’ 준비까지…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 ‘난감’

국경봉쇄 장기화에 생계난 직면…군관들 '밀수 시작되면 바로 물어주겠다'며 돈 빌리러 다녀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중 국경 지역의 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이 극심한 생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최근 회령시 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이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밀수행위를 방조해주고 받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이 밀수가 장기간 멈추면서 돈벌이를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발생 전 국경경비대 군관들은 중국에서 넘어오는 밀수품들을 받아 주는 대가로 밀수업자들에게서 5000위안에서 1만 위안 정도 되는 거액의 뒷돈을 받아왔다.

이에 코로나 전 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은 일반 주민들에 비해 부유한 생활을 해왔으나,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닫히고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뒷주머니를 채우기 어렵게 되자 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의 생활도 점점 어려워지게 됐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일반 주민들보다 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이 더 심각한 생활난을 겪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병사의 날’까지 다가오면서 병사들에게 먹일 음식과 반찬을 사비로 마련해야 하는 군관들이 더욱 난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사의 날 행사 때 고기, 떡 등 여러 가지 반찬들을 준비해야 하는데, 군관들이 돈이 없어 식자재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관 가족들은 “염장 무도 공급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병사의 날을 준비하라는 것이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은 병사의 날만 다가오면 모두 한숨만 내쉰다”며 “국가에서 보장해야 할 군인들의 식생활 문제를 군관 가족들에게 떠넘기니 어이없어 코웃음을 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경봉쇄 장기화로 국경경비대 군관 가족들이 사실상 일반주민들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에 병사의 날 반찬까지 보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군관 가족들은 생활이 어려워도 가장의 자존심을 세워주려 빚을 내서라도 병사의 날을 보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국경경비대 군관들은 가족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최근에는 밀수업자들을 찾아다니며 ‘밀수가 시작되면 바로 물어주겠다’며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