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 장마당 공업품 상인들, 중고품 판매로 ‘갈아타기’ 중

경제난에 값비싼 공업품 수요 '뚝'…단돈 1000원이라도 벌기 위해 중고품 가지고 나와

2018년 11월에 촬영된 라진(나진)시장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에서 공업품 구매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공업품 판매 상인들이 중고품 판매로 갈아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 장마당에서 공업품을 판매하던 장사꾼들이 중고품 판매로 장사 품목을 바꾸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심각한 생활난을 겪고 있어 공업품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 장마당에서 공업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매일 장사를 해도 일주일에 물건을 한두 개 팔기도 어려워 제대로 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업품 상인들은 가격 눅은 중고품을 대신 팔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후 국경봉쇄로 세관이 닫히면서 장마당에 중국산 공업품은 사라지고 국산 공업품이 판매되고 있는 데다 가격까지 4~5배나 올랐다”면서 “그러니 먹고 살기도 힘에 부친 주민들은 공업품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장사꾼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한 공업품 상인이 집에 있던 중고품을 가지고 나와 매대에서 팔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상인들도 하나둘 중고품 판매로 전환하고 나섰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한 공업품 상인은 “다른 장사꾼들이 중고품을 파는 것을 보고 나도 덩달아 집에 있는 중고품들을 깨끗이 정리해서 가지고 나왔더니 하루에 한 개라도 팔리고 있다”면서 “그동안은 돈 구경도 해보지 못했는데 요즘은 단돈 1000원이라도 손에 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업품 장사꾼들은 집에 있던 각종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중고품으로 팔면서 가격은 1000원에서 1만 원까지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값이 5000원 이상이면 아예 사려 하지 않고 5000원 아래여야만 구매하려 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업품 매대에서 중고품을 판매한다는 소문이 퍼져 요즘은 공업품 매대에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실정으로 공업품 매대가 자연스레 중고품 매대로 바뀌고 있고 장사꾼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혜산시 장마당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얼마나 악화돼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이어 소식통은 “장사가 얼마나 안되면 쓰던 것을 내다 팔아 돈을 벌겠는가”라며 “국경이 빨리 열려 시장이 활성화돼야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나아질 테니 주민들은 그날이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