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 가격 ‘급등’…춘궁기 시작 전부터 식량난 심화하나

애국미 헌납 운동과 양곡판매소 공급 부족 영향인 듯…옥수수 가격은 지역별로 양상 달라

2018년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의 모습. 완장을 차고 있는 시장 관리원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지난해 11월 추수기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북한 쌀 가격이 최근 갑자기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애국미 헌납 운동이 시장 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는 쌀 1kg이 북한돈 6000원에 판매됐다. 앞서 5일 조사 당시 평양 쌀 가격이 52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15%가 상승한 셈이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이후 5000원대를 유지했던 평양 쌀 가격은 3개월 만에 다시 6000원대로 올라섰다.

다른 지역의 쌀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19일 기준 신의주와 혜산의 쌀 가격도 지난 5일 조사 당시와 비교해 각각 9%, 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개 북한 쌀 가격은 11월 말 추수가 끝난 이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약 5%가량 상승하곤 했다. 이는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과 2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등 국가 명절 준비로 곡물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한 직후인 2020년 2월 초에는 이례적으로 쌀 가격이 국경봉쇄 직전보다 평양은 23%, 혜산은 45%까지 급등한 사례도 있다.

최근 북한의 쌀 가격 상승폭은 국경봉쇄 직후보다는 작지만, 일반적으로 연초에 보이는 상승폭보다는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지역에 따라 등락 양상과 수준이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일 기준 평양의 옥수수 가격은 1kg에 2700원으로 지난 5일 2900원보다 6% 하락했다. 평양의 경우 쌀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지만, 옥수수 수요는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신의주의 경우에는 19일 기준 옥수수 가격이 1kg에 3000원으로 이달 초와 판매 가격이 동일했다.

반면 혜산에서는 옥수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3300원에 판매돼 지난 5일 3100원보다 6% 올랐다. 혜산에서는 쌀과 옥수수 가격이 모두 5~6%로 비슷하게 상승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25일 ‘서로 돕고 이끄는 우리 사회의 미풍을 더 활짝 꽃피워나가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위해주는 덕과 정의 힘으로 오늘의 난관을 뚫고나가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가슴 속에 굳게 자리잡은 드팀없는 신조이고 열렬한 지향”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애국미 헌납 운동과 양곡판매소의 공급 부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최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1인당 최소 쌀 5kg의 애국미를 헌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애국미’ 명목으로 주민들 쥐어짜 부족한 곡물 확보 나서)

지역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쌀이 옥수수 가격의 2배 수준이어서 북한 당국은 애국미를 받을 때 옥수수 10kg을 쌀 5kg과 같은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쌀과 옥수수 중 선택해 낼 수 있어 거주 지역의 시장에서 비교적 값이 싼 곡물을 헌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옥수수에 비해 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게 형성돼 있던 평양과 신의주 시장의 쌀값 상승률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2월 들어 양곡판매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판매된 곡물량이 많지 않은 것도 시장 곡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추수 이후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시장으로 공급되는 곡물량이 예년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또한 양곡판매소를 통한 식량 판매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새로운 양곡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한 것도 최근 시장 곡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