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마케팅 전략인가? 마치 한 편의 광고처럼 치밀하게 연출된 장면이었다. 할아버지뻘 되는 군 장성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이제 갓 10살이 넘은 소녀에게 카메라가 집중되었다. 아내 리설주는 한 발치 뒷걸음으로 물러섰고, 김정은은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등장했다. 연회석 헤드테이블에서 김주애는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 정중앙에 자리했다. 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김정은이 군장성 숙소를 방문하고 기념연회를 열었을 때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주애의 등장에 대해 후계자로 키우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훗날이 아닌 지금 현재의 시선으로 보면 한낮 김정은의 마케팅 정도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김주애의 첫 등장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때였다. 이후 김주애는 중요 군 관련 행사 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항상 김정은과 함께 등장하니 어쩌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해 보인다. 북한은 연일 새세대들의 충성심과 사상성을 강조한다. 김주애는 새세대들을 향해 대를 이어 충성하라는 메시지로서 충분한 상품으로 포장되었다. 김정은은 지난 당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육아정책을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육아문제까지 신경 써 주시는 장군님의 은덕에 감격해 눈물 쏟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을 원활히 공급하는 것이 당의 제1정책이라며 선전을 늘어놓았다. 소위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강조한다.
김정은의 ‘후대사랑’ 메시지는 아이들이 아닌 그들의 부모를 향한 정치적 선전이다. 군 장성들이 김주애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병풍처럼 둘러싼 모습 역시 김주애 그 자체라기보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높이는 효과다. 새세대들은 앞으로 변함없이 대를 이어 백두혈통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김주애의 등장은 세계를 향한 정치선전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핵무기와 미사일이 아닌 딸을 둔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이미지 연출은 김정은의 본색을 숨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조금 생뚱맞을 것 같지만, 이번 김주애의 등장을 보며 북한상품 포장지 하나가 떠올랐다. 지난 1월 서해안 어느 섬에서 직접 주운 이 포장지는 다름 아닌 북한산 코카콜라다. 강원도 원산 <송도원식료공장>에서 생산한 300ml 용기의 이 제품은 분명 코카콜라 브랜드를 카피한 짝퉁이다.
코카콜라는 세계적인 상품이며 고유한 브랜드다. 북한이 그동안 콜라를 ‘코코아향 탄산단물’이라 표기한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코카콜라’라고 쓴 건 처음이다. 빨간색 바탕에 흰 글씨는 누가 봐도 코카콜라와 똑같은 디자인이다. 그러면서 ‘(ISO22000) 식품안전관리체계 인증을 받았습니다’라며 국제표준을 강조한다. ISO22000은 식품안전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에서 공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카콜라 브랜드는 그대로 모방하면서, 식품이 안전하다는 국제기준은 준수했다고 말한다. 영락없이 겉과 속이 다른 북한의 두 얼굴을 대변하는 듯하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현장에 10대 어린 소녀를 대동하는 모습은 짝퉁 코카콜라와 닮아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조선짝퉁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주애는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를 위한 짝퉁상품에 불과하다. 자신의 딸까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김정은의 패악이 어디까지 갈지 그저 두고 볼 일이다. 연일 김주애에 초점을 맞추어 속보를 쏟아내는 언론기사가 내심 불편한 이유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모방송사의 한 드라마는 광고 대행사를 소재로 다루었다. 김정은의 마케팅, 최고의 광고 대행사는 어쩌면 국내외 언론사가 아닐까 싶다. 최대 광고주이자 기획자 김정은, 제작 대행사는 조선로동당, 홍보대행사는 국내외 언론이라 말하면 너무 과한 표현일는지… 김정은의 노이즈 마케팅은 충분히 성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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