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셀 시장’도 흥하나?…400$ 짜리 TV 500$에 후닥닥 팔려

최신식 가전 갖춰야 '잘 사는 집' 이미지 연출…희소가치 높은 재판매 상품에 주민 몰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 중인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북한 사이트 ‘서광’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북한 평양시와 개성시, 강원도 일부 시장에 Hc 액정 텔레비전이 매물로 나왔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알려왔다. 지난달 말 평양 락원백화점에서 할인 판매된 Hc 액정 텔레비전이 평양은 물론 지방 시장의 가전제품 소매상들을 통해 이른바 ‘리셀’된 것이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9일 “중구시장에서는 Hc 액정 텔레비죤(텔레비전)을 대놓고 못 팔게 해 장사꾼들이 간판만 세워두고 숨겨두면서 15인치는 470딸라(달러)에, 19인치는 550딸라에 팔았는데 하루 만에 5~6대가 팔렸다”고 전했다.

앞서 본보는 지난달 26일 평양 락원백화점이 Hc 액정 텔레비전 100대를 긴급 할인 판매해 주민들이 몰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에 따르면 15인치, 19인치 Hc 액정 텔레비전은 각각 400, 450달러에 판매됐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TV 할인 판매에 구름떼처럼 몰렸다…평양서도 백화점 ‘오픈런’)

이후 시장에 풀린 텔레비전은 지난달 할인 판매 당시 가격보다 70~100달러가량 비싸게 책정돼 재판매됐다는 설명이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북한 가정집들에는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지만, 최신식 텔레비전 한 대쯤은 갖춰야 ‘잘 사는 집’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어 최신 가전제품에 대한 주민들의 수요가 높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Hc 액정 텔레비전은 희소가치까지 더해져 리셀 시장도 흥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북한 강원도 소식통도 “15인치 Hc 액정 텔레비죤 꼰테나(컨테이너)차가 평양에서 원산에 내려왔다는 소문은 있었는데 이후 일주일 장마당에 안 보이는가 하더니 갈마시장에 500딸라에 나오자마자 후닥닥 팔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개성시 소식통은 “남문시장 전자제품 매대에 지난 일요일(5일) 오후 사람이 새까맣게 모였다 흩어졌는데 그 이유가 평양에서 판매됐다는 15인치 Hc 액정 텔레비죤 때문이었다”며 “500딸라에 파는 것을 사서 황해북도나 황해남도 군인가족 사택 쪽으로 나가 팔면 50딸라는 더 붙일 수 있어서 사람들이 몰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리셀 시장이 흥행하는 배경에는 북한의 2030세대 신혼부부들이 중심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자기 집을 예쁘고 고급스럽게 꾸미려는 신혼부부들의 욕심이 커지고 있으나 지금 중국을 통한 무역과 밀수가 안 되다 보니 국내에서 판매되는 최신식 액정 텔레비죤에 눈길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희소성 있는 최신식 가전제품을 구하려면 당연히 경제적인 부분이 받쳐줘야 해 리셀 시장이 커질수록 주민들의 빈부 격차도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은 “좀 사는 집 자식들이나 신혼 혼수로 최신식 가전을 살 수 있는 것”이라면서 “되팔이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상관없이 사는 계층도 있지만 반대로 구매를 생각도 못 하는 계층도 있어 시장에서는 까마득한 경제적 차이가 고스란히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