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할인 판매에 구름떼처럼 몰렸다…평양서도 백화점 ‘오픈런’

락원백화점 15, 19인치 수출용 LED TV 100대 풀어…400~450달러 고가지만 무섭게 팔려

락원백화점
락원백화점. /사진=북한 매체 ‘민족대단결’ 홈페이지 화면 캡처

평양시 락원백화점에서 최근 텔레비전(TV) 할인 판매를 진행해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지난주 목요일(26일) 오전 10시 반부터 락원백화점에서 Hc 액정 텔레비죤 긴급 판매를 진행했다”며 “판매 날짜와 시간을 미리 알고 있던 돈주들이 되거래를 목적으로 사람을 사서 줄을 세우는 바람에 락원백화점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돈주들은 이런 긴급 할인 판매가 있을 때마다 상품을 최대한 빨리, 많이 확보하기 위해 돈을 주고 사람을 써서 밤새 줄을 세운다. 그리고 목적을 이루면 고용한 사람에게 일정 수고비를 챙겨주고 상품을 시장에서 되팔아 차익을 누리고 있다.

소식통은 “텔레비죤을 사려면 100명 안에 들어야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락원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이 쭉 늘어섰다”며 “맨 앞에 있던 100명 중에는 앞으로 끼우는(새치기하는) 사람이 없는지 교대로 돌아가며 자체 감시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측은 이날 인당 대수 제한을 두지 않고 총 100대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고 한다. 이날 판매된 15, 19인치 TV 가격은 각각 400, 450달러로 고가였지만, 워낙 무섭게 팔리다 보니 예정돼 있던 판매 시각보다 빨리 물건이 동났다는 전언이다.

백화점은 판매 당일 1층 임시 매표소에서 순서대로 돈을 받고 전표를 떼주고, 전표를 받은 주민을 전자제품 매장으로 보내 다시 줄을 서서 받아가게 하는 방식으로 TV를 판매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백화점 측은 당일 장마당 환율로 계산해 국돈(북한돈)으로도 TV를 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실제 초반에는 외화와 국돈을 모두 받기도 했으나 사람들이 몰리자 갑자기 외화만 받겠다고 하고 심지어는 가격을 40달러씩 올려 판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출시된 ‘Hc’ LED 텔레비전의 사용설명서 표지(왼쪽)과 포장재 겉면 일부. /사진=데일리NK

소식통은 이번에 판매된 TV에 대해 “2020년 봄에 대동강텔레비죤수상기공장과 중국이 합작해 수출용 텔레비죤을 다량 생산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무역이 막히면서 생산이 중단됐다”며 “그러다 이번에 내부 주민들에게서 외화를 빨아들일 목적으로 락원백화점을 통해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동강텔레비전수상기공장은 지난 2019년 말 공장 내 1개 직장을 북중 합작생산 공정으로 꾸리고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출신의 중국인에게 투자를 받아 ‘Hc’라는 이름의 수출용 LED TV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평양시 외화상점들을 중심으로 15, 17, 19, 21인치의 TV 판매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무역이 차단되면서 일부 부품 수급이 어려워져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북한이 중국에서 부품들을 긴급 수입해 3년간 쌓여있던 TV를 완제품으로 생산했고,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과 2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을 앞두고 수도 시민들에게 판매한다는 명목하에 락원백화점에 100대를 푼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가격은 2020년 봄 첫 판매 때와 비교하면 100딸라(달러) 정도 눅어진 것”이라며 “반제품으로 3년간 쌓아두었던 텔레비죤이라는 점을 고려해 가격을 낮춘 대신 매장에서 전원을 연결해 볼 수는 없었는데 다들 집에 돌아가 확인해보고 문제가 없는지 다른 말이 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