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내부에서 의약품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공급이 충분치 않자 주민들이 직접 의약품을 제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의약품을 직접 제조해 복용하는 일이 코로나 이전보다 최근 들어 더 많아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장마당이나 약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정집에서 해열제나 진통제, 소화제, 지사제 등을 구입해 복용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북한 당국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 판매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은 약국에서 허가된 약을 구매해 복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공급은 적고 수요는 큰 상황에 약국들에서는 아스피린이나 파라세타몰 같은 해열진통제나 아목시실린 같은 항생제를 빼돌려 국정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약 장사꾼들에게 팔아넘기거나 웃돈을 얹어줘야 약을 판매하는 등 부정 판매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앙검찰소는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의약품이나 의료용품을 국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거나 약품을 불법 유통시켜 부당 이득을 취한 약국을 적발하기 위해 검열에 나섰다는 전언이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중앙검찰소, 전국 검찰소들에 약국 단속 강화 주문…무슨 일?)
더욱이 약국에서 구비하고 있는 약들은 대부분 북한 제약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된 고려약(북한식 한약)인데, 고려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이를 선호하지 않는 주민이 많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직접 약재를 구해 약을 제조하고 복용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대부분 도라지, 창출, 백출, 버드나무 잎 등 약초로 알려진 식물을 구해서 직접 찌거나 달여 먹는 등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들을 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아울러 위중한 환자에게 마약류를 투여하는 사례도 최근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코로나로 인한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화한 이후 마약류 오남용이 급격히 늘자 북한 당국은 지난해 말 아편, 빙두 등 마약류 특별 단속에 나섰으나 의약품 대용으로 마약류를 찾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평안남도에서는 지난해 고열과 진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식염수에 아편 가루를 타 정맥 주사를 했다가 곧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사망에 이르는 사건도 발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편류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를 약으로 사용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안이나 통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의약품을 제조해 주사할 때 쓰는 주사기에 대해서도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지침이 없어 이를 소금물에 팔팔 끓여 재사용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의료기기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등의 문제에도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렇듯 의약품 부족에 기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서인지 북한은 약품의 자체 생산과 보급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의약품 가짓수와 생산량을 늘리자’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의약품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는 것은 조건에 상관없이 반드시 실행해야 할 중차대한 사업”이라며 “제약, 고려약(북한식 한약) 공장들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원료, 자재를 전망성 있게 확보하고 경영관리를 책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