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조직, 국가는 지향할 목표를 명확히 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 수시로 특정사안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전망≫을 한다. 그렇지만 수백, 수천의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세계에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세계역사상 가장 폐쇄적일뿐 아니라 수령 1인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북한체제 특성을 감안해 볼 때, 북한내부 사정과 남북관계의 미래를 평가·전망하는 일은 난제중 난제(難題)가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이같은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신의 영역”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문가는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미래를 위해 이같은 고독한 길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현재 드러나 있는게 많지 않고, 관점이나 정확성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아니 더 심한 경우에는 나라의 존망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경보는 피아(彼我) 모두로 하여금 한번쯤 더 생각하게 하고, 더 나아가 정책변경까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반윤 對 윤석열’
2023년 한반도 기상도는 맑지 않다. 남북한이 주고 받고있는 말과 행동들을 고려해 볼 때, ≪김정은의 핵전력 고도화와 윤석열 대통령의 정공법 대응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20대 대통령 선거이후 갈등과 분열이 더욱 심화된 우리사회는 또 다른 대형 정치이벤트 ‘2024년 4월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김반윤’은 복수의 남북관계 행위자(行爲者)를 아우르는 신조어다. 핵과 평화를 외치는 기만적 독재자 <김정은>과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는 대통령을 무조건 폄훼·비방하는 이른바 감상적 평화주의자 <반윤 세력>을 묶은 이름이다.
핵개발의 9부 능선을 넘은 김정은은 올해부터는 ▲핵전력 고도화에 만족하지 않고 ▲핵공갈을 통한 남남갈등 증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핵선제공격정책 법제화와 다양한 온·오프라인 도발, 김정은·김여정을 비롯한 북한관료들과 언론의 상상을 초월하는 비방전은 그 전주곡이라고 할수 있다. 즉 김정은은 올해 일종의 양수겸장(兩手兼掌) 전술을 통해 ‘한반도 판’을 근본적으로 흔들려 할 것이다.
이미 필자가 지난해 말 전망한 북한의 ‘2023 남북관계 키워드: 『깡통주』: 깡대강, 통일전선, 주미종남’(2022.12.23.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의 범주속에 들어 있지만,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지도부는 지난해 제20대 대선캠페인 과정과 최근 무인기 도발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사회 갈등상을 보며 ‘국론분열 조장 통일전선전술’의 효용성에 대한 믿음이 한층 더 굳건해졌을 것이다.
이런 조짐은 북한이 간첩단에 내려보내는 지령문은 물론이고, 김정은이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넨 “밑자락 깔기 덕담”과 김여정의 “반정부투쟁 총궐기 선동” 발언 등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써온 문 대통령 고뇌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하시였다. 북남수뇌분들께서는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없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북남관계가 민족의 념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데 대해 견해를 같이하시면서 호상 북과 남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시였다”(2022.4.22. 조선중앙통신의 ‘김정은-문재인 친서교환 사실’ 보도)
“(남측)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2022.11.24. 김여정 담화)
재삼 이야기 하지만, 필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정파적으로 특정진영을 매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국민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북한 공산주의의 기만적 전략전술에 휘둘릴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환기시키고자 할 뿐이다. 문 대통령을 기만하고, 금쪽같은 어린 딸을 괴물 미사일 시험현장에 대동하는 비정(非情)의 아버지가 앞으로 무슨 행동인들 못할까?
강경도발과 선동(‘전쟁이나 평화냐’)의 배합
1월 1일 북한은 신년사를 대체하는 당 전원회의(12.26~31) 결과 보도를 공개하였다. 김정은은 ≪대적(對敵) 노선≫ 강화를 천명하면서 2023년이 “일당백 구호 제시 50주년(2.6), 조국해방전쟁승리 70주년(7.27), 정권창건 75주년(9.9)”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금은 새해 초인데다가 조만간 개최될 최고인민회의(1.17)로 인해 내부 다지기에 주안을 두고 있지만, 금명간 강경도발과 선전전이 재개되고 ‘반제·반미·반대한민국’ 분위기가 북한 전역을 휩쓸 것이 눈에 선하다. 북한이 대적의식 고취를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는 반미투쟁월간(6.25~7.27)은 현정세와 70주년 정주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적투쟁연간’으로 변할 수도 있다.
즉 김정은의 “전술핵 다량생산과 핵탄두 기하급수적 확대” 지시(1.1)가 내려져 있고 지난해부터 이목이 집중된 7차 핵실험은 언제든 가능한 상태이다. 2월 중 북한군 열병식이 진행될 예정이며, 4월 중 정찰위성 발사도 준비되고 있다. 미국을 사정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각발사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도 2월부터 핵확장억제훈련을 비롯 다양한 합동군사훈련을 예년보다 강화된 형태로 진행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로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 기조하에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수준의 도발과 대남 전쟁공포감 확산 선전전을 배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핵능력 고도화는 “안보의 자주권·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전쟁공포감 조성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논리가 키워드가 될 것이다.
우리의 대응방안
북한의 향후 행보와 저의는 분명하다. 필자의 전망이 틀렸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수립, 대응해 나가야 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수비(defence: 자주국방+한미 핵억제력)는 지속 강화해 오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 단, 지금부터는 공격(offence: 대북제재+북한체제 정상화 활동) 능력도 함께 배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면서 대북-대중-대러 압박 수위를 전방위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그릇된 이분법 프레임인 “전쟁이나 평화냐” 레토릭(rhetoric) 허구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보다 명쾌히 설명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안보문제를 주제로한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설명논리 요지) 평화는 국가가 진보-보수정부를 불문하고 추구하는 유일무이한 가치이다. 국방력 강화, 전쟁수행 의지 천명도 평화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으로나 지난 정부기간에 확인한 것처럼 전쟁할 의사가 없는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굴종과 항복뿐이다. 비겁한 굴종과 항복이 평화는 아니다. “나쁜 평화가 좋은 전쟁보다 낫다”는 말은 허구이다. 평화는 전쟁보다 상위개념·목적이기 때문에 하위개념·수단인 전쟁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 없다. 수단은 수단끼리 비교해야 한다. 전쟁과 비교되는 수단은 굴종과 항복이다. 친북세력의 논리대로라면 ‘사즉생 생즉사’의 정신으로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도 대결주의자-전쟁광일 뿐이다. 그들이 이상적인 평화주의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일본에 나라를 바치고 평화(식민통치)를 구걸한 이완용이지는 않을 텐데?
마지막으로 필자의 북한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5화’(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친한화, 세계화) 전략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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