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2023 남북관계 키워드: 『깡통주』(깡대강,통일전선,주미종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2022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 북한은 ‘코로나19 방역’(8월 10일 방역대전 승리 선언)과 ‘그럭저럭버티기 경제노선’을 통한 내부 단도리에 주력하면서 핵선제공격정책 법제화와 연중무휴 계속된 신형미사일 도발을 통해 핵보유국 위상과 김정은 리더십을 내외에 각인시키려 부단히 노력하였다.

특히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철저히 거부하는 가운데 새롭게 출범(5.10)한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담대한 구상’을 비롯 각종 제의에 대해서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과 공갈로 대통령과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였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연말(年末)로 소집이 예고된 당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각 분야 사업을 총결산하고 새해 핵심 정책노선을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도 북한의 대내외 정책노선, 특히 대남전략전술을 평가·전망해 보고자 한다.

정책 기조

김정은은 지난 11월 당정치국회의(11.30)에서 2023년을 “공화국 창건 75돐(돌)과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돐이 되는 역사적인 해”라고 의의를 부여하면서, “5개년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형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실험’ 사실을 공개하고 ‘2023년 4월 정찰위성 발사준비 완료 계획’도 사전 공개하였다.

이 같은 동향을 볼 때, 북한의 전반적 정책기조는 큰 변화없이 ①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②자력갱생 ③한·미와의 대화 거부를 큰 줄기로 하는 기존 ‘정면돌파전 노선’을 계승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정은이 의의를 부여한 양대 기념일의 성격상 이른바 ‘대미 대결전’ 기조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기조는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중 및 미·러 간 갈등, 북중러 신북방 3각체제 공고화와 같은 신 냉전적 변수가 개선될 조짐이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따라서 필자는 2023년은 북핵문제를 비롯 남북관계에 있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변곡년(變曲年)의 성격보다는, 한국 총선·미국 대선 등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는 2024년으로 가는 《징검다리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3대 키워드

2023년 남북관계는 깡대강(깡對强), 통일전선(統一戰線), 주미종남(主美從南) 전략전술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깡대강(깡對强)】 :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

첫 번째 키워드는 전략적 측면에서의 ‘깡대강’이다. 『깡』은 “악착같이 버티어 나가는 오기, 강단”을 속되게 이르는 우리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강대강” 표현에서 북한 입장은 ‘강’을 넘어 ‘깡’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의 핵 정책은 이제 9부능선을 넘어 최종목표인 정상을 공략하고 있다. 멈출 수가 없다. 보다 더 공격적·적반하장식 행태를 취할 것이다. 7차 핵실험은 김정은의 결심만 남은 사안이다. 미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ICBM 정상각도 발사도 김여정이 며칠 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한·미의 강화된 합동군사훈련, 국방력 강화, 대북제재 활동 등도 다양한 도발의 구실이 될 것이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군사기술적 우세는 더는 제국주의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며 적들이 원자탄으로 우리를 위협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습니다.》….우리의 강대강, 정면승부 원칙과 국가핵무력정책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우리 국가는 국가핵무력 정책을 법화하면서 우리의 핵이 결코 절대로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여있을 수 없으며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면 부득불 강력한 핵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온 세계에 선포하고 실제적인 군사행동으로 실증하였다”(2022.12.20. 로동신문).

특히 김정은이 7월 27일 휴전협정일(북한은 “전승기념일”로 지정) 의의를 강조하였으므로, 향후 군사·외교는 물론 전사회적으로 반미대결 의식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미제국주의자와의 대결전을 진두지휘하는 강철의 영장 김정은을 목숨으로 옹위하며 일떠 나서자!”와 같은 구호가 북한 전역을 휩쓸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깡’(옥쇄작전식 도발)과 한국의 ‘강’(정공법 대응)이 맞부딪칠 것은 불문가지이다.

북한이 지난 22일 갑작스럽게 공개한 ‘소년단 대회 소집’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 신년사를 대체하는 성격을 띤 ‘연말연시 당전원회의’라는 북한의 중요 정치행사를 앞두고 북한이 소년단 9차대회를 5년 만에 그것도 전격적으로 소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월 하순 김정은은 자신의 어린 딸을 미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ICBM 발사현장과 유공자 격려자리에 연이어 대동하여 “핵·미사일은 후손만대에 물려줄 만능의 보검이다. 절대 포기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과시하였다. 톡톡히 재미를 봤다(상세내용은 2022.12.16 데일리NK 곽길섭북한정론, ‘김정은 딸 김주애는 까메오’ 참조).

그래서 이번에는 딸은 물론이고 천진난만한 어린 소년소녀 수만명을 내세워 대대적인 쇼를 펼치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핵무기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며, 내부적인 노림수는 김정은의 애민정신·치적을 부각 선전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김씨 일가의 4대, 5대 영구집권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통일전선(統一戰線)】 : 핵공갈/국론분열 획책

두 번째 키워드는 전술적 측면에서의 ‘통일전선’이다. 김여정은 지난 11월 공개적으로 “윤석열 정부 타도 투쟁에 나서라”고 선동한 바 있다. 김정은도 퇴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친서(4.20)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모종의 역할이 있을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2022.11.24 김여정 담화)/“북남 정상들이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 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남북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2022.4.21 김정은 친서).

북한은 지난 9월 선제핵공격정책을 법제화하면서 전문과 제1조에 ‘영토완정(嶺土完整’) 문구를 명문화하였다. 영토완정은 ‘전한반도 공산화통일’을 의미하는 표현으로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군사·비군사 투쟁을 병행하는 게 공산주의투쟁전술이다. 2월에 채택한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의 의미도 이 같은 선상에서 해석(사실상 ‘해외동포활용공작법’) 해야 한다.

따라서 ▲핵·미사일 도발로 우리 사회 내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국내외 종북주의자 또는 감상적 평화주의자들을 직간접적으로 고무추동하여 “전쟁이냐 평화냐”의 그릇된 이분법을 확산케 함으로써 ▲국민들의 반정부·반미·반일 투쟁을 적극 선동(남남갈등-한미일 이간 조장)해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미종남(主美從南)】: 윤석열정부 패싱/미국과의 직거래

세 번째 키워드는 통일전선전술의 연장선상으로서 ‘주미종남’이다. 김정은은 올해처럼 윤석열 대통령을 철저히 무시하며 미국과 직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이미 말했지만 그 형편없는 《담대한 계획》인지 뭔지 하는 것을 붙들고 앉아 황당한 망상만 하고 있을 대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격하게 번져져가는 작금의 사태를 안정시킬 생각에 전념하는 것이 더 리로울 것이다.  진짜 들개들은 분명코 아닐진대 아무리 짖어도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님을 모르고 왜 계속 개짖는 소리만 내며 우리의 분노만 키우는지, 그것이 그 동네에 무슨 득이 되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2022.12.20. 김여정 담화).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는 작은 협상보다는 ‘통큰 양보’(대북제재 해제 및 군축협상)를 압박하면서 몸값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만 지나면 미국의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고, 이미 케미(chemistry)가 쌓인 트럼프 또는 트럼프주의자와 다시 흥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맺음말

2023년 남북관계 기상도는 그다지 맑지 않다. 최악의 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말하는 ‘전승’ 70주년(7.27)과 한미동맹 70주년(10.1)은 마치 물과 불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 각축전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고, 김정은은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핵보유국 목표 달성, 군축협상 기반 확보’는 물론이고 한발 더 나아가 ‘전한반도 통일을 위한 통일전선 공세’를 본격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핵무기에 기반을 둔 ‘자기의 길’(my way)을 고집하면, 자유 대한민국은 가치와 연대에 기초한 ‘우리의 길(our way)’을 가야한다. 두려워하거나 매달려서는 안 된다.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이 소용이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핵을 안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긴 안목을 가지고 김정은을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실제적인 행동(action)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오피니언 리더들과 국민들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소상히 설명해주고 자신감도 심어 주어야 한다. 북한의 남남갈등 유도를 위한 핵심 수단이 “전쟁 공포감 유발을 통한 우리사회 내분불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주한미군 철수 선동”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제사회문제를 다루어 국민들 사이에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던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 컨셉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힘은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는 다양성(variety)에 있다. 북한의 『깡통주』 전략전술을 냉철한 눈으로 직시하면서 『정국한』(정공법, 국론통합, 한미동맹 강화)으로 대응하자. 그러면 시간은 우리 편이다. 필자의 지론인 ‘3기둥론’(대화와 협상, 자주국방, 북한체제 정상화 활동 입체적 전개)과 ‘16자 대북정책 방침’(유비무환, 국론통합, 주동작위, 적수천석)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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