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딸 김주애는 ‘까메오’(cameo)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현지지도에는 김 위원장의 딸(하얀 점퍼)도 동행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자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여러분은 애지중지하는 어린 딸을 데리고 어디에 갑니까? 김정은이 딸을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유공자 기념촬영 등 군관련 행사에 연이어 대동(11.18/27)한 이후, 젊은 독재자의 기이한 행보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다양하다. 혹자는 딸을 후계자로까지 평가한다.

필자는 북한의 ICBM도발 이후 줄곧 이번 사태는 ①김정은의 기획연출극이다. ②본질은 북한 도발과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이다. 딸 문제가 아니다. ③논점과 관심이 딸로 집중되면 《김정은 술수》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렇지만 내외 관심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왔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11주기(12.17)에 또다시 딸과 함께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노림수와 김주애 역할에 대한 제 관점과 평가를 다시금 요약·공유한다.

김정은이 왜 이 같은 시점에 딸을 공개했을까?

북한은 통상 《극장극가》라고 한다. 그만큼 기획-연출-선전에 능한 체제이다. 김정은 딸 공개도 철저히 기획 연출된 것이다. 김주애는 일종의 ‘까메오’ (cameo: 영화나 TV드라마 등에서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잠깐 동안 출연하는 유명배우) 역할이었으며, 맡겨진 배역을 충분히 잘 수행했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 딸 공개에서 주목되는 점은 ‘관심 끌기와 돌리기’, 즉 전혀 이율배반적인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는 점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①미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15,000km급 ICBM 시험발사 성공, “핵포기는 절대 없다”는 사실을 한층 더 부각시키기 위한 ‘부스터(booster)’ 역할이 제1 노림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②도발 이후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논의 분위기를 흐리는 일종의 ‘관심 전환, 물타기’ 전술의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 도발 이후 구글의 북한관련 검색어 1순위가 ‘김정은 딸’이었다는 점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해 준다. 이밖에 ③백두혈통 정당성, ④자상한 아버지상, ⑤후대까지 생각하는 미래지향적 평화지도자 이미지 선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김정은이 왜 ICBM 발사체 앞에서 딸을 공개했을까?

괴물 무기와 앳된 소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컨셉(concept)이다. 그렇지만, 대비를 통한 부각 선전효과는 상상이상으로 크다. 북한이 수시로 강조해 온 “핵무기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후대에 물려줄 만능의 보검이다”라는 점을 내외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이보다 극적인 연출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11월 20일자 노동신문은 “우리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을 위해 우리는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들이 아니라 딸을 공개한 이유는?

지난 9월 북한정권 창건일(9.9절) 축하공연에 나타난 앳된 소녀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비등했던 점을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등이 간지러운 사람에게 ‘효자손’을 가져다주면 긁게 되는 게 세상이치다.

한편, 김정은이 아들을 데리고 나왔을 경우를 상상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번 시험발사 현장에 딸이 아닌 아들이 나왔다면, 대부분의 언론은 위에서 언급한 김정은의 5가지 노림수를 기사화하지 않고, 곧바로 “김정은의 아들이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 “김정은 건강에 이상이 있다”, “권력층 내부에 이상징후가 보인다. 향후 북한체제의 미래는?” 등과 같은 북한체제 이상설, 4대세습 전망 기사로 신문과 방송을 도배했을 것이다.

그럼 아들은 현재 어디에 있을까?

북한의 폐쇄사회 특성상, 특히 로얄패밀리 관련사항이여서 정확한 첩보나 정보는 취득이 어렵다. 그렇지만, 김정은의 어린시절 내적으로 형성된 《탈부(脫父) 심리》에 비추어 추정해 볼 때, 아들(딸 포함)은 보통 아이들처럼 인민학교에 다니면서 별도 소양 교육을 받고 있을 걸로 추정된다.

과거 여자관계가 복잡했던 김정일은 김일성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애첩 고용희과 그 소생들을 철저히 감춰 놓았다. 그래서 김정은은 평양에서 초중고를 다니지 못했다. 당연히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원산이나 창성 같은 특각에서 사교육을 받고 경호원·요리사들과 놀았다. 게다가 12살 어린나이에 스위스로 보내졌다.

일종의 콤플렉스다. 따라서 아들과 딸은 자신과 다른 생활을 하게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김정은이 집권 이후 부인과 딸 공개, 김정일이 지정한 후견인 숙청, 선군노선 폐기 등 아버지 김정일과 180도 다른 행보는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자녀들을 경호원을 붙여 일반학교에 다니게 했던 것이 떠오른다. 김정은은 이 같은 방식으로 아들과 딸을 교육시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관점에서 김정은이 지난 10월 ‘만경대혁명학원’을 연이어 두 번이나 방문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동 학교는 김정일·김평일도 수학했던 북한 최고엘리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11월 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번 기념사진 촬영에는 앞서 ICBM 시험발사장에 동행했던 김 위원장의 딸도 함께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주애 호칭이 사랑하는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변경된 이유는?

호칭 변경이 아니다. 김주애가 등장한 장소·행사의 성격에 맞게 사용되었고, 앞으로도 ‘백두혈통 자제를 상징하는 용어’로 혼용될 것이다. 11월 18일 김주애가 ICBM 도발 현장에 나타났을 때 사용한 “사랑하는” 표현은 평화수호를 위한 보검(미사일)과 김정은의 자상한 아버지 이미지 선전에 맞는 표현이다.

이와 달리, 관련 유공자 기념촬영과 격려 행사는 김정은과 백두혈통의 존엄성·정통성 부각에 중점을 둔 자리이므로 “존귀하신”과 같은 극존칭이 더 어울린다. 이 같은 점은 김주애의 복장, 헤어 스타일, 악수 자세 차이에서도 확인된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를 두고 후계구도와 연결짓고 있는데, ▲김정은 자녀들이 아직 10대 초반이고, ▲김정은 나이도 30대 후반에 불과한 점, ▲남성우월의 가부장적 문화, ▲김정은 우상화도 아직 본격화 되지 않은 상황 ▲후계자론(‘준비단계론’) 등을 고려해 볼 때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낼 것인지?

김주애는 이번에 ‘까메오’ 역할을 잘 수행했고, 김정은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분간 관망기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기본적으로 사회와 단절되어 외롭게 생활한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에 비추어, 딸이 평범한 소녀기 생활을 하도록 배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까메오’는 자주 출연하면 ‘까메오’가 아니다. 가치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평화쇼를 펼칠 필요가 있거나 백두혈통 정통성 강화 차원에서 ‘젊은 세대 또는 우상화 관련 행사’에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4대세습 가능성은?

북한에서 4대세습은 가능성이 가장 큰 권력이양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수령론,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 ▲후계자론, ▲3대세습 전례 등을 고려해 볼 때, 북한에서 집단지도체제나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 같은 점은 김정은이 집권직후 북한체제 운영의 바이블(bible)인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1974.4)을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2013.6)으로 개정하고, 10조 2항에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혈통으로 영원히 이어 나간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단, 변형된 4대세습 즉 “영구적으로 통치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새로운 영구집권 제도, 이를테면 일본식 천황제 또는 태국식 국왕제 벤치마킹 등과 같은 대안도 검토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맺음말

결론적으로 향후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리설주와 자녀들을 자신의 혈통 콤플렉스(complex) 극복, 백두혈통 정통성 선전, 정치외교 빅이벤트(big event) 등에 활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번 김주애 등장은 ▲‘까메오’ 역할로 제한해서 보아야 하며, ▲따라서 빈번히 등장하지 않을 것이며, ▲더구나 후계자로까지 연결짓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판단이다. 북한에서 포스트 김(Post Kim)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최소한 김정은의 자녀들이 20대 성인이 되고, 김정은이 50대를 바라보는 ≪2030년대≫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김정은 자녀 신상문제는 북한문제나 남북관계에서 본질이 아니다. 따라서 ▲비정한 아버지·독재자 김정은의 기획 연출극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사태 본질(북핵대응 체제 구축과 국제공조 강화)에 집중하면서, ▲북한체제 정상화(5화: 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친한한, 세계화)를 위한 길을 당당하게 가야 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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