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일 계기로 단속 고삐…통행금지 시간 어기면 단련대

정치적 기념일 앞두고 국경 지역 통제 강화…회령서 사흘 동안만 벌써 주민 20여 명 단속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북한이 김정일 사망(12월 17일) 11주기를 앞두고 국경 지역에서의 야간 통행금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행금지 시간을 어기는 주민에게는 예외 없이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지난 11일부터 회령시에서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주민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강화됐다”며 “1분 1초라도 통행금지 시간을 어기면 이유를 불문하고 노동단련대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를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 및 특별경비주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인민반 자위 경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것이 단속되면 즉시 단련대로 보낼 것이니 외출 시 통행금지 시간을 잘 지키면서 다닐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실제 회령시 남문동의 한 인민반에서는 지난 10일 인민반 회의를 열어 “1분 1초라도 통행금지 시간을 어기면 이유를 불문하고 노동단련대행이니 단속돼서 후회하지 말고 통행금지 시간을 철저히 지키라”고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2020년 8월 여름철(4~9월)은 2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겨울철(10~3월)은 18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통행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회안전성 포고문을 내건 바 있다.

이후 북한은 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주민들을 단속해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리는 등 일련의 조치를 지속 적용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주민들의 생활난이 극심해지면서는 통행금지 시간을 어기더라도 “너무 늦지 않게 빨리 다니라”는 정도의 충고만 하고 돌려보냈는데, 김정일 사망일이라는 정치적 기념일을 계기로 느슨해졌던 단속의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회령시 안전부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주민들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회령시에서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에만 주민 20여 명이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것으로 안전원들에게 단속돼 시 단련대에 끌려갔고, 현재도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련대로 끌려간 20여 명의 주민은 모두 심각한 생활난을 겪는 주민들로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 동정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사계절 중에 특히 더 많은 돈이 필요한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야간 통행금지 단속까지 강화돼 먹고 사는 게 더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장사도 안되는 실정에서 야간 통행 시간까지 제한되니 형편이 나아질 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국경봉쇄 장기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통행에 대한 단속까지 강화돼 생계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국경 지역 사람들이라고 해도 뾰족한 수가 따로 없다”며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통행금지 시간을 어겼다는 이유로 마구 잡아다 단련대로 보내고 있어 여러모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