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지역서 코로나 증상자 속출…특별 경계 태세 유지 중

중국과의 교역 이뤄지는 남포서도 증상자 급증…주민들 '코로나'라는 말 입에 못 올려

19년 2월 촬영된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 지역. 북한군 경비대가 얼어붙은 두만강 위에서 얼음을 깨고 물을 긷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인접한 북한 국경 지역에서도 코로나 유사 증상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신의주와 삭주 등 중국과 인접한 국경 지역은 물론 북중 교역이 이뤄지는 남포에서도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인후통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발열이 시작되면 인민반과 지역 보건소 등에 신고하지만 방역 기관에서도 발열 체크를 하는 것 외에 특별한 진단이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유사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진단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어 발열자들이 코로나에 확진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북한 보건 당국은 코로나 유사 증상에 대해 ‘돌림감기’(독감)라며 자가 격리하도록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도 전염력이 높은 감염성 질환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과 인접해 있으면서 현재도 교역 또는 접촉이 이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유사 증세가 급증하자 북한 주민들은 증상자들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코로나인 것 같다’는 말조차 입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고지도자가 코로나 방역전 승리를 선포한 마당에 다시 코로나가 돌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는 ‘형장의 이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최대비상방역전의 승리를 선포하고 방역단계를 정상방역체계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국방, 문화 등 2022년의 부문별 성과를 자세히 언급하면서도 코로나 관련 방역 성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도 현재 코로나 유사 증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 북중 국경 지역에 대해 특별 경계 태세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전원회의가 이뤄지고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12월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북한 전 국경·연선 지역에 대한 특별경비주간이 선포됐는데 북중 국경 지역들은 현재까지도 경계 태세가 해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경 지역에 특별 경계 태세를 계속 유지하라는 지시가 하달되면서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군인들과 주민들은 이를 밀수 등 중국과의 불법 접촉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밀수가 늘면서 중국에서 코로나가 들어온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냐”며 “중국에서 코로나가 많아지기 시작한 시기부터 신의주나 삭주 이런 곳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상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