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내부 선전자료에 “무인기 5대 아닌 12대 南 침투” 주장

총참모부 작전국, 지난달 27일 동기훈련 평가자료 통해 "적군 감지도 못해" 우월성 선전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와 카메라 등 부속품. /사진=연합

서울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로 인해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군 당국은 지난해 12월 동기 훈련 평가 보고서에 남측 무인기 침투를 주요 성과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를 대내 선전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2일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군 당국은 ‘무인기 실전 침투 작전이 성과적으로 진행됐다’며 ‘이번 훈련으로 적들의 아성을 혼비백산하게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내용은 12월 1일부터 시작된 동기(冬期) 훈련의 중간 보고서격인 ‘1기 전투정치훈련 종합평가자료’에 담긴 내용으로 총참모부 작전국이 무인기 침투 이튿날인 27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무인기 도발뿐만 아니라 새롭게 개편된 군 조직의 훈련 상황과 실전배치된 무기 평가도 담겼다고 한다.

특히 총참모부 작전국은 해당 평가 보고서에서 ‘남측에 침투시킨 무인기가 5대가 아니라 12대이며 이를 적군이 감지도 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담았다.

지난 26일 12대가 함께 출격했고 모두 군사분계선(MDL) 이남까지 침범했으나 비행거리가 짧은 나머지 7대의 무인기들은 북부 경기도 일대에서 북으로 되돌아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침투시킨 무인기가 12대였는지, 처음부터 5대의 무인기를 침투시켰으나 군 내부 결집과 체제 우월성 선전을 위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적으로 비행거리가 짧아 임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인기를 군사분계선 인근까지만 출격시켰다가 회항하도록 계획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고서의 주장대로 12대를 동시 출격시켰다면 남측 상공을 침범한 5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군사분계선을 넘기도 전에 추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 군 당국이 동기 훈련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보고서에 적시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북한 군 당국은 무인기 침범 도발과 우리 군이 이에 대한 사전 탐지 및 격추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군 간부들에게 정치자료로 배포함으로써 군 내부 사기 진작 및 선전선동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군 고위 간부들은 ‘솔직히 남조선(남한) 공군 무기나 탐지 기술이 우리(북한군) 보다는 훨씬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북이나 남이나 기술 수준이 비슷하다는 걸 보여준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북한의 서울 위성사진 촬영본 공개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정부가 ‘국토 위성 1호’로 촬영한 고화질 컬러 사진을 공개하자 ‘우리 위성 기술이 남쪽에 비해 아직 첫걸음 단계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자조적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과는 기류가 달라진 셈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무인기 도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과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공식화하거나 전군(全軍)에 대대적인 선동 자료로 하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2일 현재까지 무인기 도발 사실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