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 나선 도시 주민들 ‘빈손’ 귀가…농장은 단속에 혈안

식량난에 외지인 이삭줍기 강력하게 통제…단속사업 나선 농장원이 주민 폭행하기도

북한 황해남도 은률군 읍농장의 농장원들이 포전에서 낟알털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북도에서 농장에 이삭을 주우러 간 도시 주민들이 빈손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외지인의 이삭줍기를 강하게 통제할 뿐만 아니라 이삭줍기에 나선 주민들을 단속해 강제노동까지 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최근 사리원시에서 이삭줍기하기 위해 농촌으로 갔던 도시 주민들이 빈손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심지어 현지 농장원들에게 단속돼 강제노동을 당하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이면 도시 주민들이 농장으로 향해 이삭줍기에 나선다. 이삭줍기에 나서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대는 40~60대의 여성들로서 대부분 가정 살림이 어려운 이들로 전해졌다.

하루 5000원 벌기도 힘든 장사보다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서 이삭을 줍는 것이 더 이득이라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는 즈음이면 이삭줍기에 나서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농촌에서 외지인들의 이삭줍기를 강하게 통제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올해 농사 수확량이 적어 개인 밭을 가지고 있는 농장원들도 식량 부족으로 자기 밭 이삭줍기까지 직접 하고 있다”면서 “농장에서도 농장원들을 동원해 가을걷이가 끝난 밭들에서 3차에 걸쳐 이삭줍기를 진행하고 있고, 도시의 주민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단속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30일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에서는 농장원들이 휴일을 이용해 이삭줍기에 나선 주민들에 대한 단속사업을 진행했다.

해당 농장의 제대군인 출신 농장원들이 단속에 나서 1개 작업반 수준인 40여 명의 주민들을 붙잡았고, 이렇게 단속된 주민들을 볏단 나르기와 이삭줍기에 동원해 종일 강제노동을 시키고서야 집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어려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이삭줍기에 나선 곡산군 읍내 주민 3명이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에서 이삭줍기하다 현지 농장원들에게 단속돼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이들은 가을걷이가 끝나지 않은 논밭에 들어와 벼를 도둑질했다는 이유로 농장원들에게 폭행당했는데, 정작 이들이 들어선 논밭은 이미 3차례의 이삭줍기가 끝난 곳이라 주변 주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3차례의 이삭줍기까지 끝난 밭에는 주울 낟알도 없는데, 그런데도 현지 농장에서는 농장원들을 내세워 이삭을 줍는 주민들을 단속해 폭행하고 얼마 없는 낟알까지 주워 바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현지 농장들에서 이렇게 이삭줍기 통제와 단속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올해 농촌에 파견 내려온 당 소조원들의 영향도 있다”면서 “소조원들이 논밭에 떨어진 이삭도 예비 식량이라며 이삭줍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농장원들도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달 가을걷이와 함께 탈곡하는 과정에서 곡물 유실을 막기 위해 전국의 협동농장들에 당 지도 소조가 파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곡물 유실 막으려 협동농장들에 ‘당 지도 소조’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