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곡물 유실 막으려 협동농장들에 ‘당 지도 소조’ 파견

탈곡 작업 끝날 때까지 현장 지키고 서 있어…외상값 알곡으로 물어야 하는 농민들은 '한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올해 농사를 성공적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신문은 “문명하고 훌륭한 생활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크나큰 노고를 바쳐가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하늘 같은 사랑과 은정에 기어이 쌀로써 보답하자”라고 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전국의 협동농장들에 당 지도 소조를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을걷이와 함께 탈곡하는 과정에서 곡물 유실을 막기 위해 당 간부들을 현지로 파견했다는 전언이다.

1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전국의 협동농장들에 당 지도 소조를 파견했다.

당 지도 소조는 각 도·시·군 당위원회 일꾼들을 비롯해 인민위원회, 검찰 등 주요 기관의 성원들로 조직됐으며, 가을걷이 상황을 비롯해 현지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상급 당위원회에 일일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리일꾼(작업반장)들이 하루 볏단 끌어들이기와 탈곡량을 당 지도 소조로 내려온 성원들에게 보고하면 당 지도 소조는 일일 알곡 생산량과 확보량에 대한 보고를 시·군 당위원회에 올리고, 시·군 당위원회는 또 도 당위원회에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올해처럼 여러 기관의 성원들이 섞여서 (소조로)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같은 기관의 성원들로만 조직되면 뇌물을 받는 등의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어 여러 기관의 성원들로 조직된 당 지도 소조를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함경북도 회령시 협동농장들에는 지난 5일 당 지도 소조 성원들이 파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재 현지에서 매일 작업반들을 돌며 볏단 끌어들이기와 탈곡 등 하루 실적을 파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당 지도 소조 성원들은 작업반원들의 출석률과 실적을 확인하고 저녁에는 탈곡장에 나와 작업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킨다고 한다. 작업반들에서 탈곡 도중 알곡을 빼돌릴 수 있어 작업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킨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협동농장들에서는 봄철 강냉이 심기나 모내기 때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후방 사업의 일환으로 돼지나 염소, 개를 비롯한 집짐승들을 외상으로 가져다 먹는 일이 많다.

그리고 가을에 외상으로 가져간 집짐승 값을 추수한 강냉이(옥수수)나 벼로 물어주는데, 그렇게 되면 수확량이 최소 수십kg에서 많게는 수백kg까지 빠지게 된다.

바로 이런 경우 때문에 당 지도 소조 성원들이 밤늦게까지 탈곡 현장을 지키고 서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렇게 올해 농장에 내려온 당 지도 소조 성원들이 탈곡 현장까지 지키고 서면서 봄에 외상을 한 값을 물어주기가 쉽지 않아 현지 관리일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농장원들은 한해 농사를 잘 짓자는 의미에서 가을에 알곡으로 물어주기로 하고 집짐승을 외상으로 가져다 먹은 것인데 이렇게 당 지도 소조 사람들이 탈곡장을 지키고 있으면 어떻게 빚을 물어주겠느냐며 결국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남는 것은 빚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농장원들은 올해 봄에 외상으로 먹은 고깃값을 내년 가을까지 떠안고 가야 할 것 같다면서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