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가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동행한 이유는?

'김정숙어머님화' 의도…리설주 ‘혁명역사’ 만들어 우상화하기 위한 작업 본격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북한군의 무력 시위 현장에 김 위원장과 동행한 것도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지난 10일자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을 지휘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북한 매체들은 리설주의 미사일 발사 참관 사실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 나란히 초대형 방사포(KN-25) 발사 훈련을 지켜보는 사진 한 장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해당 사진 속 김 위원장은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에 낀 채 귀를 막고 있고 그 옆에 리설주도 얼굴을 찡그리며 귀를 막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KN-25의 점화 순간의 현장감을 전하기 위해 이 사진을 실은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까지 리설주가 김 위원장과 동행한 행사들은 현지시찰이나 공연 관람 등 비군사적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공군 전투비행술경기대회나 열병식 등에 등장하긴 했지만 미사일 발사와 같은 직접적인 군사 훈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13일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리설주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에 직접 참여한 것은 리설주를 ‘김정숙어머님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이 리설주의 ‘혁명역사’를 만들어 그를 우상화를 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북한에서 혁명역사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해 헌신한 투쟁의 업적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일가 우상화의 한 형태다.

항일 또는 대미, 대남 등 적대세력을 상대로 한 대결 구도에서 혁명적 업적을 세워야 백두혈통 가문으로 마땅한 비범한 지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북한의 우상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하고 대남 압박을 진두지휘한 것도 북한 내부에서는 혁명역사 만들기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북한 당국이 김일성의 첫 부인이자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을 항일 여성 영웅으로 우상화하며 ‘사회주의 조선의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처럼 리설주의 군사적 행보도 혁명역사의 치적으로 남겨 어머니로서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설주를 김정숙처럼 우상화하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영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위하는 ‘친위전사’, ‘혁명동지’라는 인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리설주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직접 언급이나 방침이 필요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미사일 발사 현지시찰에서 김 위원장이 리설주에 대한 어떤 언급이나 방침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