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당 창건 기념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77돌을 경축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10일 저녁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 발사가 성황리에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당 창건일을 1010일로 정한 이유

지난 10월 10일은 북한의 당 창건 77주년 기념일이었다. 원래는 1945년 10월 13일에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설치되어 10월 13일을 당 창건일로 볼 수 있는데, 북한은 10일에 열린 ‘조선공산당 서북5도 당책임자 및 열성자대회’를 당 창건일로 삼고 있다. 사실 좀 더 정확히 따져보면, 1946년 8월 28일에 개최된 제1차 당 대회에서 ‘북조선공산당’과 ‘신민당’이 합당해서 ‘북조선로동당’이 만들어졌고 1949년 6월 30일에 남·북 조선로동당이 합당하여 ‘조선로동당’이 되었으니 6월 30일이 진짜 당 창건일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당 창건일을 1945년 10월 10일로 정한 주된 이유는 김일성의 북한사회 첫 등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1945.10.13.) ‘조선공산당북조선분국’의 책임비서는 김용범이었고 김일성은 1945년 12월 17일에 소련의 지원 하에 총비서에 선출되었다.

당 창건 기념일 메시지를 최고인민회의(14기 제7) 시정연설(9.8)에서 다 쏟아냄

올해가 당창건 77주년 기념일인데, 전 당차원의 중앙행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물론, 각 지역별 경축행사와 평양에서는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있었지만 가장 떠들썩하게 지내야 하는 날임에도 대체로 조용하게 넘어간 편이다. 작년 당창건 기념일과 비교해보면, 작년에도 2020년처럼, 대대적인 열병식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전당적 기념강연회와 처음으로 ‘국방발전전람회(무기전람회)를 열었고 김정은은 두 곳 모두에서 연설을 하였다.

그에 앞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회의에서도 시정연설을 했었다. 올해도 김정은은 북한정권 수립 기념일 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제14기 제7차회)에서 시정연설(9.8)을 하면서 북한 핵무력정책이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채택되었음을 선포한 바 있다. 2019년 8월 새헌법부터 국무위원장의 권한으로 포함시킨 ‘최고인민회의 법령 공포’를 행사한 것이다.

시정연설(9.8)에서 그는 핵 불포기 선언 및 핵무장 강화뿐만 아니라 선제적 핵공격 시사를 공식화하며 가장 높은 수위의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사실, 북한의 핵무력정책의 법령화 선언은 최고인민회의보다 당대회 때가 더 위력적이다. ‘최고인민회이 법령’은 ‘국무위원장의 명령’보다 하위법에 속하고 ‘국무위원장의 명령’은 ‘헌법’보다 아래 단계이다.

따라서, 지난 핵무력정책의 법제화가 최고인민회의 법령에만 해당된다면 그렇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무위원장이 명령’으로 언제든지 무효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북한의 ‘핵무력정책은 법령화를 넘어 헌법화된 측면이 있다. (데일리NK 9.26. 칼럼 참고). 그것 때문에 김정은은 당 창건일이 아닌 최고인민회의에서 이것을 선언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당 창건일에 선언한다고 해도 그것이 당규약에 명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 미국에 대한 최대치의 적대감을 드러내며 핵무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굳이 당 창건일 기념일에 다시 나서서 그 내용을 반복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오히려 강대강 전략의 의지를 보인 만큼 실질적인 군사적 대비가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것이고 당 창건일을 앞두고 계속해서 방위력 강화 및 실전공격 준비태세를 갖추는 데 전력투구했던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 77주년을 맞아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당창건 기념일에 연포온실농장 준공식 진행, 민생 돌보기에 초점

올해 당창건 기념일에 북한은 군사적 대결 구도를 다시 펼치기보다 오히려 민생 돌보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일환으로 당창건 기념일 행사가 아닌 함경남도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하였다. 김정은도 직접 참석을 하였고 그의 위임을 받아 조용원(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위 조직비서)이 준공 기념사를 했다. 연포온실농장의 착공식은 올해 2월에 진행되었으며 착공이후 230여 일 만에 완료된 것이다.

지난 5월 11일 북한이 코로나 방역대전을 선포하며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시킨 이후에도 온실농장 건설은 북한 인민군 장병(육해공군 포함)들이 대거투입되는 가운데 중단없이 밤낮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총 면적이 함경북도에 건설된 중평온실농장보다 두 배가 넘는 100정보(30만 평)에 이르고 온실을 850여 동을 지었지만 건설 시기는 절반으로 단축시켰다는 것이다.

이 연포온실농장건설은 북한의 2022년 최고중대건설정책과제로 정해졌었고 김정은이 지난 9월 8일 시정연설에서도 직접 언급했으며 북한이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의 실현의 표본이기도 하다. 또한, 함경남도 도민의 먹거리 문제해결로 이 온실농장에서 재배된 채소들은 도내 인민들에게 전달되고 판매된다고 한다. 작년 연말 당중앙위 전원회의(제8기 제4차)에서 김정은이 지침으로 내린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강령’에서 2022년을 당의 농촌혁명 강령 실현의 첫해로 삼고 연포온실농장의 그 변혁적 실체의 본보기로 한 것이다.

연포온실농장 관련 12자 기사(‘련포전역에 장쾌한 승전포성이 울렸다, 사회주의건설의 전 전선에서 다발적인 승리로 화답해나가자’)를 보면, 이 혁명의 열기를 전 지역의 농업전선뿐만 아니라 각부문의 모든 전선에서 이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촌사회뿐만 아니라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인 발전을 가져게 하는 김정은의 혁명사상과 영도력에 전적으로 충실성을 보이며 김정은 결사옹위, 결사보위를 해야 된다고 강력 주문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 잡으려고, 한 마리는 포기해야 하는데

여기서 당창건 기념일에 김정은의 민생 돌보기 행보의 주요 목적이 드러난다. 김정은이 인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뿐만 아니라 식생활 문제도 책임지는 지도자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은 방위력(핵무력) 강화 및 민생안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 선언하며 인민들에게 ‘자력갱생’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온실 비닐하우스는 북한의 자력으로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부적으로는 인민들을 감격시키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밖에서 볼 때는 어떠한가.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21세기에 온실 하우스 건설로 저렇게 자화자찬하는 모양새가 너무나 어색하고 안쓰러울 뿐이다. 핵무장을 위한 고도의 과학적 기술이 농업뿐만 아니라 북한사회 각 부문에 적용된다면 저리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보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아니 그보다 핵무장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자금을 사회기반산업 및 민생안정에 사용한다면 저렇게 아슬아슬한 쇼를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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