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월 중순까지 무직자, 직장 이탈자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우라는 지시를 법기관들에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열린 전국법무일꾼대회 이후 사법기관을 내세워 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일 각 지역 안전부와 검찰소 등 법기관들에 12월 중순까지 무직자, 직장 이탈자들과의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북한은 이번 지시문을 통해 “최근 무직자들과 직장 이탈자들이 전국을 떠돌면서 도적과 강도 행위를 일삼으면서 사회적 질서에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각 법기관들은 무직자, 직장 이탈자들을 섬멸하기 위한 소탕조를 조직해 강력범죄를 비롯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송두리째 뿌리 뽑으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예전에는 당에서 무직자, 직장 이탈자들에 대한 교양사업을 하고 생활조건 보장을 책임적으로 해주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들을 범법자로 규정해 처벌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강도나 살인 등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거주지가 불분명한 무직자들과 직장 이탈자들이 있다고 인식한 당국이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같은 지시를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번 지시에 따라 청진시를 비롯한 함경북도 각 시·군 안전부와 검찰소들은 지난 20일부터 무직자, 직장 이탈자 ‘소탕조’를 조직했다. 소탕조는 시·군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검사 1명과 안전원 2명, 제대군인 출신 규찰대 4명 등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소탕조는 3개월 이상 직장 출근을 하지 않거나 연락이 안 되는 대상, 직맹(조선직업총동맹)과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등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생활하는 청년들과 근로자들에 대한 단속 사업을 진행한다는 전언이다.
특히 돈을 내고 직장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조직생활을 하지 않는 직장 이탈자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들여다보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 문제로 먹고살기 힘들어 직장이나 조직에서 이탈한 대상들보다 돈을 내고 직장 출근도 안 하고 조직 생활도 하지 않는 대상이 사상적으로 더 변질됐다고 보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지시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현실에서는 돈을 내고 직장 출근이나 조직 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을 단속해야 할 일꾼들이 오히려 뇌물을 받고 이들을 감싸주거나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경봉쇄로 간부들마저 생계의 위협을 받으면서 단속기관 일꾼들과 무직자, 직장 이탈자들과의 유착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소식통은 “지난 20일부터 무직자 소탕조가 곳곳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소탕조에 단속된 대상들은 노력이 부족한 광산이나 농촌 등으로 가족과 함께 강제 추방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한동안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사용자들과의 소탕전, 섬멸전을 외치더니 이제는 무직자와 직장 이탈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라며 “먹고살기 위해 떠돌이 하는 사람들을 소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